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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세계 문화예술계 연대의 모습들

발행일2020-08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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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는 세계 문화예술계 연대의 모습들

 

공연예술프로듀서 장수혜

 

2020717, 전국 50여 곳의 밤하늘에 다섯 개의 빛줄기가 비쳤다. 소셜미디어에는 #봉화를올려라 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조명 퍼포먼스 영상과 사진들이 가득했다. 이날, 전국 500여 개의 공연기술 업체들은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의료진들을 응원하고, 줄줄이 취소되는 공연예술행사와 공연예술 스태프들에 대한 안전 메뉴얼이 확보되지 않은 업계의 상황에 대해 호소를 보내고자 했다. 국가의 위기 상황에 피우는 봉화를 상징하며 마치 누군가에게 SOS 신호를 보내는 듯한 빛이었지만 한편으로는 희망의 빛이기도 했다. ‘힘을 내자. 누군가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함께 하자.’

갑자기 전 세계는 세계화에서 고립의 상태로 변했다. 포옹과 키스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물리적 접촉에서 비대면으로, 극장과 국경은 닫혔고 위기의 상황 속 사회적, 경제적 불균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특히 서비스업 종사자, 예술가, 계약직 근로자,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수많은 세계 시민들이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피해는 알려야 하고 개선되어야 한다. 마치 공연기술업 종사자들이 하늘에 빛을 비추었듯이 누군가는 나서야 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이를 지지하는 타인과의 연대가 생성되어야 그 목소리가 들릴 수 있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는 회복과 생존을 위한 다양한 연대의 모습들이 포착되었으며 또 이를 지지하기 위한 국가 및 기관 차원의 시도가 이루어져 예술가들과 시민들의 사회적 참여는 변화와 회복을 위한 큰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연대를 북돋는 유럽 기관들의 주도

 

기관의 적극성과 민첩성, 민간단체의 강하고 논리적인 의견 전달, 전문 인력양성, 유연하고 지속적인 지원 중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려면 무엇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까? 물론 이 중, 그 어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과정은 없다. 다만, 지금의 긴급상황에서는 어떻게가 더 큰 화두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전파된 지난 4, 유럽의 각 기관들은 재빨리 피해 사실을 조사하고 이를 데이터화하여 공유하였다. 이를 토대로 문화예술기관들에게는 현장과 어떻게소통하고 무엇을지원할 수 있을지 재빠르게 알아차리는 역량이 요구되었다. 각국의 긴급 지원대책이 마련됨과 동시에 다양한 공모성 기금 프로그램들이 추가로 마련된 가운데, 유럽의 주요 기관에서는 예술계의 연대에 집중했다. 유러피안 문화 재단(European Cultural Foundation)은 시민과 예술가들의 연대의 문화를 기금으로 지원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듣기 위한 공모형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했다. 1차 공모에서 젠더, 인종차별, 이민자, 거리예술 등을 주제로 한 권역별 29개의 프로젝트가 선정되었고 현재 2차 공모를 앞두고 있다. 유럽의 젊은 축제 인력개발을 위한 페스티벌 아카데미(the Festival Academy)에서는 연대를 위한 페스티벌의 리스트를 제공하고, 각종 온라인 토론 프로그램을 제공하였다. 이와 같은 온라인을 통한 정보 공유와 토론의 장을 장려하기 위해 유네스코에서는 #ResilliArt (레질리아트)운동을 시행했는데, 예술의 복원력을 긍정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가상 토론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계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7, 문화체육관광부 및 유관기관이 예술정책의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코로나19 예술포럼역시 유네스코의 레질리아트와 연계한 온라인 포럼이었다.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예술은 그 어느 때보다 더 가깝게 우리를 모이게 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전 세계의 문화예술인들에게 이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또한 문화예술을 통한 세계 시민들의 연대를 강화하고자 대중음악, 시각예술, 필름 페스티벌 등을 개최하여 평화와 회복의 운동을 유도하고 유명인들과 음악인들이 참여한 #TogetherAtHome (함께 집에서)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홍보했다.

 

뭉쳐야 살고, 정보는 힘이다

 

정부 및 비정부기관들의 다양한 캠페인과 시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피해는 회복되지 못했고 코로나19의 여파에 폐쇄되는 극장들과 문화예술계의 예산 삭감에 민간단체와 예술계의 리더들이 연대를 이루고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유럽의 현대 공연예술 네트워크(IETM, International network for contemporary performing arts)은 문화예술기관 및 연합들과 함께 영국을 포함한 유럽 연합국에 문화예술계를 위한 강경책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예술가와 예술 종사자들에게 실업 수당과 사회적 혜택에 대한 접근권을 주고,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그들의 손실을 보상해 준다. 유럽연합 코로나19 대응 투자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지원한다. 문화부와 예술 위원회의 기존 예산 외에, 문화 분야를 위한 긴급 자금과 어려운 자금을 조성한다. 수혜자가 활동을 연기할지, 취소할지, 전환할지, 또는 자금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의 주기를 연장할지 결정할 수 있도록 모든 기존 자금 조달 계획에 유연성을 적용한다.2020년 이후에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여 문화와 예술의 부활과 지속 가능성을 목표로 한다. 국제 교류 예산은 지역 예술계의 역량 강화와 발전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보존해야 한다. 예술가들의 직업, 관습, 활동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고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 사회적, 재정적 인식, 개인적 행복을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예술가의 지위에 대한 현재의 성격에 대한 광범위한 논쟁을 시작한다. 미래의 위기와 강제 노동 상황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보편적인 기본 소득의 도입 가능성을 탐구하라. 문화와 예술을 경제적, 사회적 재생과 미래 전환 전략에 통합하여 시민의 복지에 엄청난 가치를 부여하고, 동시에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역량을 인정한다.

 

IETM은 또한 각종 보고서와 데이터 공유를 통해 현재 피해 상황을 알리고 각 문화예술단체와 개인들이 연대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해왔다. 이 외에도 유럽 각국의 정부 단체와 유럽연합을 향해 장르별, 기관 특성별 예술 네트워크와 연합들이 작성한 성명서와 청원이 끊임없이 올라왔으며 문화예술계 주요인물들과 리더들의 적극적인 서명과 참여를 촉구했다.

 

또한, 미국 예술가들의 연대 또한 주목해 볼 만하다. 크리에이팅 뉴 퓨처스(Creating New Futures, 비공개그룹)는 코로나19로 피해를 겪고 있는 미국 예술가들의 네트워크이자 연대모임으로 축제 기관, 문화예술기관들의 권력적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예술가의 권리를 요구하고자 만들어진 단체이다. 이 단체는 몇 주간의 정보 수집과 토론을 통해 공연예술 단체를 초청하는 축제와 예술기관을 위한 윤리와 공정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업계의 권력체계를 지적하며 예술가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파트너로서 대할 것을 강조한다. 또한 최근 공연예술의 디지털화와 갑작스러운 취소 및 연기 요청에 피해를 입은 예술가들에게 어떠한 태도로 대화하고 어떻게 계약해야 할 것인지 정확한 근거를 토대로 가이드를 제시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는 문화예술기관들에 따끔하고 정확한 목소리를 제시한 이 가이드라인은 현재까지도 개발 중이며 그 작업과정이 공개되고 배포되고 있다.

 

콜 아웃,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예술기관에 던지는 시민들의 함성

 

코로나19와 함께 환경오염, 인종차별 등 시민들의 가치에 손상을 입히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드러나며 사회적 긴장감을 더욱 악화시켰다. 지난 611, 비무장 46세의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관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을 시작으로 미국 전 지역은 울분을 터트렸다. 그런데 수많은 시위와 청원과 동시에 문제가 제기된 것은 문화예술기관들의 침묵이었다. 미국 예술기관들은 공정성(Equity), 다양성(Diversity), 포용성(Inclusion)이라는 단어를 앞세웠지만, 근본적인 시스템의 불투명성과 인종차별은 변화하지 못했고, 백인 리더들을 중심으로 한 경영 체계와 권력 행위로 비난을 받아왔다. 그리고 미국 전역을 뒤흔든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들은 역시나 침묵을 유지했고, 시민들과 예술가들은 소셜미디어와 언론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겉으로만 공정성, 다양성, 포용성을 외치는 예술기관들을 비난하고 불매하는 ‘Call Out(콜 아웃)’ 운동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브라질의 경우 기업의 사회봉사를 연결하는 SESC(Social Service of Commerce)라는 단체가 민간예술기관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극빈층을 위한 식량 기부와 건강과 위생교육을 위해 연대하고 있다. 기부할 음식을 가져오면 공연 티켓을 할인해주며 유명인, 극장과의 연계로 빈곤층을 위한 교육을 실천한다. SESC의 네트워크에 참여 중인 극장과 예술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시민들의 지지를 받으며 이 시대의 영웅으로서 가치 실현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은 사회가 진화함에 따라 함께 변화하는 존재이다.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시민들의 일상에도 가치의 변화가 생겼으며 그들이 소비하는 문화가 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다면 더욱 긍정적인 브랜드로서 리더십을 제공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세계적 위기 속에서 예술가와 예술 단체, 그리고 시민들은 성숙한 연대의식을 통해 회복을 가속화하고 있다. 발코니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영상통화 앱을 통해 함께 악기를 연주하며, 잘못된 시스템에 용기 있게 도전하는 연대를 통해 우리는 변화라는 희망을 공유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문화정책, 장수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