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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보고서 톺아보기] 「대학과 지역문화 연계 방향 연구」 리뷰

발행일2024-04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대학과 지역문화
연계 방향 연구」
리뷰

 

조명제
신라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지역소멸이라는 화두
   근래 심각한 출산율 저하 문제를 우려하는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비해 수도권 인구 집중
과 그에 따른 지역소멸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거나 어쩔 수 없는 경향으로 체념하는 분위기가 적지 않다. 더욱이 비수도권 지역의 청년층이 대학 진학과 취업으로 인해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지역대학의 위기도 심화되고 있다.
   본래 지역소멸은 2014년에 일본에서 제시된 마스다 보고서에서 촉발된 것이며, 다음 해에 한국에 소개되면서 논의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마스다 보고서에서 제기된 도쿄 일극집중의 시정, 출생률의 향상 문제는 한국사회의 과제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과제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심각하지만 하나의 의제로 논의될 뿐이며, 위기의식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회 모순에 대한 해결 방안은 근래 다양한 보고서와 연구 성과로 제시되고 있다. 2022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발표한 김규원?김소연?변지혜, 「대학과 지역문화 연계 방향 연구」는 지역소멸에 대응하기 위해 대학이 지역문화를 지원하고 견인하는 역할을 어떻게 모색할 것인가를 검토, 연구한 보고서이다.
   적지 않은 분량의 보고서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기존의 획일적인 정책보다
지역 특성에 적합한 시책을 개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관점이 드러난다. 곧 지역소멸에서 지역
매력으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전환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서만 가능하거나 특정 지역이 갖춘 강점
이 있는 매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러한 지역 매력에 연계되는 분야로 문화예술, 문화 및 관광서비스 등이 중요하다고 보고, 지역의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방안을 대학과 지역문화를 통해 제시했다.

대학이 지역문화를 견인할 수 있는가.
   이 보고서는 지역문화의 생산자, 유통자, 소비자로서 청년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과 이에 대한대학과 정부의 역할을 살펴보면서 지역소멸에 대응하는 문화 분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정부 차원의 지방대학 연계 정책인 LINC 사업, 지역문화 생산 주체로서 청년 로컬크리에이터지원 사업 등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성과를 사례로 제시하고 있어 지역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런데 정부 지원으로 투입된 예산에 비해 지속적인 성과는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나아가 대학이 수행하는 지역 연계 사업은 현실적인 한계가 적지 않다. 지금까지 정부의 대학 지원사업은 중장기적인 대학 혁신과 발전 방향에 입각한 것이라기보다 정치적 결정에 따라 좌우되거나 땜질식 처방에 가깝다. 등록금 인상을 억제하거나 청년 실업 대책의 일환으로 대학을 압박하는정책을 구사하면서 일방적인 대학평가에 상응하는 국비 지원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다.
   이러한 정책의 문제점과 함께 대학이 과연 다양한 사회 현안을 수행하는 주체로서 적합할까. 현재 대학은 정부의 재정지원, 각종 연구비와 발전기금의 획득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국가장학금을 비롯한 정부 지원이 늘어나면서 교육부의 대학평가는 지역대학의 생사를 좌우한다. 그리하여 대학-지역사회 연계를 위한 각종 사업은 지역 공헌보다 대학이 국비 지원을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대학은 교육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부수적인 요구에 이리저리 끌려 다니고 있다. 근대 이후 주체적으로 대학을 제대로 만든 경험이 없는데다가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내부적 모색도 부재한 것이 한국 대학의 자화상이다. 구조적인 개혁은 요원하더라도 이 보고서에
서 제기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대학의 시스템 구축과 거버넌스 개혁이 먼저 요구된다고, 한 마
디로 요약하고 싶다.
   지금과 같이 학과 중심의 대학제도에서 지역 연계형 교육과 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대학에 지나치게 많은 관리 업무가 부여되고 전문 외의 의사결정이 늘어나고 있는데, 연구와 교육의 전문가에 불과한 교수들이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 각종 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대학 내의 시스템과 전담 스텝이 구축되어야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사업이 수행될 수 있지만, 현실은 임시적인 사업단과 비정규직으로 꾸려질 뿐이다.
   나아가 대학의 이수 커리큘럼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예를 들어 로컬크리에이터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복수의 대학에 소속해서 자신이 탐구하고자 하는 테마에 따라 대학, 학과, 지도교수 등을 자유롭게 횡단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든지 학생의 적극적인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시스템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학과, 대학이라는 틀을 넘어서서 열린 대학 네트워크의확대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필자는 보고서의 방향에 기본적으로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실천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여건이마련되고 디테일한 거버넌스가 수반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지역 소멸과 대학 위기라는 난제는 당위적인 공감을 넘어서서 기존 정책과 대응이 지닌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점검하고, 성찰하는 것에서 실마리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지역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수도권 집중이 갈수록 심화되지만 지역분권을 위한 목소리는 울림이 약하다. 수도권 집중이 지역소멸의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정부는 중병을 치료할 수 있는 근본적인 수술은 하지 않은 채 임
시방편을 그때그때 내놓는 식으로 지역 문제에 대응하는 시늉을 하고 있다. 지역이 소멸하면 서울도 무너지고 국가도 위기를 맞게 되지만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바라볼 뿐이다.
   이러한 무관심은 정치권력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 내부의 공감 부족이나 편견과도 무관하지 않다. 특히 중심과 중앙권력에 대한 대중의 갈망, 지방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하는 편견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지역 정체성과 고유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언설도 마찬가지이다.
   지역의 정체성과 특성을 강조하는 논리는 중앙이라는 수도권은 보편이고 지방은 특수라는 선입견이 숨어 있다. 수도권 집중은 특별히 노력해서 이룬 성과가 아니라 사람, 자본, 정부 지원 등이 몰려 이루어진 결과이고, 지방의 희생과 맞물려 있다. 서울이 특성화를 통해 이룬 성취가 아니라면 지방에 그러한 요구를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나아가 지역 특성을 말하지만, 서울에서 생산된 획일적인 문화가 지역으로 쏠리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 정도의 경제, 인구 규모라면 지역마다 다양한 문화가 형성되고 유지되어야 하지만, 지역의 독자적인 재생산구조는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거점국립대학조차 학문의 자기재생산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역대학에서 문화예술의 생태계가 거의무너진 현실에서 어떻게 지역문화를 이끌어갈 주체를 형성하고 유지할 수 있겠는가.
   이 보고서에서 강조하는 대학의 역할과 지역문화에 대한 문제 제기는 토목사업이나 이벤트 수
준으로 지역 문제에 대응하는 것보다 훨씬 적절한 방향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지역의 대학과 문
화예술이 주체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여건이므로 당위성만으로 현실을 타개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육이 기능 연수적인 것으로 변화하는 현실에서 대학의 역할과 지역문화의 재생이라는 화두가 엄중하다는 사실을 지역민에게 제기한 의미가 적지 않다. 이러한 외부의 제언을 계기로 내부에서 훨씬 심각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지역의 아포리아가 주어진 셈이라 하겠다.

지역문화와 대학의 연계 방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