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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온라인 시대 문화예술의 유통방식

발행일2020-12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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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시대 문화예술의 유통방식

 

김덕은(징검다리커뮤니케이션 CEO )

 

 

온라인 문화예술은 다른 영역임을 인식해야

코로나-19로 기존 문화예술콘텐츠를 온라인 콘텐츠로 변화시키는 시도가 한창이다. 문화예술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취지는 좋지만, 해당 결과물의 유효성에는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해당 콘텐츠들의 조회 수를 살펴보면 이는 더욱더 적나라해진다. 이제는 온라인 문화예술이 기존 문화예술 영역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임을 인식해야 할 것 같다.

 

100여 년 전 뤼미에르 형제로부터 시작된 영화산업은 이미 연극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초기 영화는 단순히 연극 등의 동작을 찍는 수준이었겠지만, 지금은 영화감독과 연극 연출가는 전혀 다른 기술과 감각을 요구하고 있다. 잘나가는 연극 연출가가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하면 아마 누구나 말릴 것이다. 단순하게 전달 매체가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이 전달 매체의 다름은 제작부터 홍보, 실행까지 수없이 많은 다름을 발생시킨다.

 

온라인의 핵심가치는 구독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온라인 콘텐츠는 이미 기존 TV나 라디오 콘텐츠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필자 역시 유튜브나 팟캐스트의 매력에 빠져 요즘은 굳이 TV 리모콘을 찾거나 라디오를 켜지 않는다.

유투브나 팟캐스트같은 온라인 콘텐츠는 단순히 기존 영상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인터넷에 올리는 행위로만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 둘 사이의 차이를 좀 더 알 수 있다. 온라인 콘텐츠의 경쟁력은 영상 자체라기보다는 영상을 매개로 한 구독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있다. 이 커뮤니케이션이 핵심 콘텐츠이다.

 

전달 매체가 달라지면 그 매체의 핵심가치도 달라진다. 연극의 핵심가치가 무대 위 행위의 현장성에 있다면, 영화는 행위를 사각 프레임에 담아내는 영상에 있다. 그리고 온라인 콘텐츠는 영상을 기반으로 한 팔로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핵심가치가 있다. 고객들은 그 핵심가치에 완전히 매료되어야만 그들의 시간을 할애한다. 눈에 보이는 장면은 같을 수 있지만, 그 속에 내제 된 가치는 전혀 다름을 인식해야 한다.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는 온라인 문화예술

기존 문화예술 콘텐츠를 온라인 콘텐츠로 전환하는 문제로 다시 눈을 돌려보자. 이것은 마치 연극을 제작하던 연출가를 영화감독으로 변화시키는 것과 같다. 연극계의 베테랑 연출가라도 영화라는 콘텐츠에서는 영화제작의 기본부터 새로리 배워야 할 것이다.

온라인예술 영역 역시 마찬가지다. 기존 문화예술인을 온라인 콘텐츠 제작자로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미 온라인 문화예술 콘텐츠 생산자들은 코로나 이전부터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전달방식과 가치가 달라서 전혀 문화예술로서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문화예술이란 정의부터 다시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는 온라인 컨텐츠에는 문학·음악·과학·여행·역사 등이 혼재된 양식이 많으며, 아직 뭐라고 정의하기 힘든 콘텐츠도 많다.

 

따라서 기존 문화예술 영역을 온라인 영역으로 이끈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온라인 영역을 새로운 문화예술 영역으로 자각하고 발굴하고 연구하는 것이 필요하고 우리가 너무나 좁은 관점으로 문화예술을 정의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

 

로컬 문화예술 정보의 유통

온라인 문화예술 콘텐츠는 따로 진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발전하고 성장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문제는 기존 오프라인 문화예술 콘텐츠를 어떻게 진흥하는가에 달려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오프라인 콘텐츠는 그 핵심가치가 현장성에 있다. 따라서 온라인 기술의 결합도 현장성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현장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360° 영상이나 증강현실과 같이 기술의 접목을 떠 올리겠지만 아직은 이들 기술이 오프라인의 현장성을 뛰어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다. 변화의 초점을 온라인 영상이라는 콘텐츠 형식 자체에 맞추기보다는 오프라인 공간으로 초대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 홍보하고 모객하는 방식을 변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작고 다양한 숙박 시설과 여행 정보를 알리는 데에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여행 정보 플랫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의 여행산업은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서비스업으로 변화가 되었다. 이제는 숙박 시설이나 관광지 등의 하드웨어 정보에서 벗어나 체험·활동과 같은 소프트웨어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지역의 문화예술을 진흥하기 위해서는 에어비앤비와 같은 로컬 중심의 문화예술 정보 플랫폼이 반드시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해당 플랫폼은 여행 정보 플랫폼 등과 같은 타 산업의 정보 플랫폼과의 정보교류를 통해 모객의 범위를 확대해가야 한다.

 

누군가는 인터파크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이 있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뮤지컬이나 콘서트 같은 정보는 담고 있지만, 로컬의 작고 다양한 문화예술 정보는 담고 있지 못하다. 호텔스닷컴과 같은 호텔정보 플랫폼이 있었지만, 에어비앤비가 나타나 숙박업계를 바꾼 방식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온라인 기술을 접목하는 방식

지역의 문화예술 정보 플랫폼 개발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로 지자체나 관공서를 중심으로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접근 방식에 많은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다.

 

농사꾼이나 어부가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는 데는 능하지만, 거기에 사용되는 트랙터나 어선을 만드는 문제는 전혀 다른 얘기다. 그 분야의 요구를 잘 아는 것과 그 요구에 맞는 도구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농사꾼과 엔지니어가 만나고 협업해야 제대로 된 트랙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농부가 자금을 마련해 설계도를 그리고 직접 제작을 맡는 격이다. 이렇게 해서는 제대로 된 트랙터가 나오기 힘들다.

 

코로나 이후의 시대는 문화예술과 온라인 기술의 결합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온라인 기술은 단지 부가기술이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을 진흥할 수 있는 핵심축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문화예술과 온라인 기술의 관계는 어느 한쪽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 자율적인 협력의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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