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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영화진흥위원회와 지역영화 정책

발행일2021-06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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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진흥위원회와 지역영화 정책

동의대 영화학과 교수 김이석

 

2005년 참여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영화진흥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 게임물등급위원회 등 3개 기관의 부산 이전이 결정되었다. 부산영화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공기관의 이전을 계기로 부산영화가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무성했다. 그로부터 16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과연 공공기관의 이전 이후 부산영화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공공기관 이전과 부산영화산업
  영화 관련 공공기관 이전이 거론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부산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혔다. 1996년에 시작된 부산국제영화제와 1999년 설립된 부산영상위원회의 성과가 타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돋보였기 때문이었다. 한때 전주 등이 유력한 후보지로 부상하기도 했지만, 최종적으로 선정된 도시는 예상대로 부산이었다.
  부산 이전이 확정된 3개 기관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것은 영화진흥위원회였다. 2000년대 들어 한국 영화산업이 급성장을 이어가면서 국내영화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으로서 영화진흥위원회의 위상이 한껏 높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부산은 영화를 미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따라서 영화진흥위원회의 부산 이전은 부산영화계뿐만 아니라 한국영화 전반에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부산영화계의 기대는 매우 컸다. “몇몇 메이저급 영화사 외에는 많은 영화사들이 부산으로 올 것으로 보인다", “부산이 명실상부한 '영상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게 됐다” 등 장밋빛 전망이 담긴 언론 보도나 부산을 수도권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영화영상클러스터’로 발전시키자는 학계의 주장 등에서 영화진흥위원회의 이전을 계기로 부산영화계가 한 차원 높게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부산영화의 상황은 기대와는 많이 다른 것이 사실이다.
  아래 <표. 1>를 살펴보면, 영화·영상분야 공공기관 이전이 확정된 2005년 이후 부산영화산업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을 뿐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영화산업 종사자 수는 977명(2005)에서 1,749명(2018)으로 증가했지만 전국 대비 비중은 5.7%에 멈춰있다. 영화산업 매출액과 극장 수익의 경우는 오히려 전국 비중이 줄어들었다. 부산에 소재한 영화사업체수도 2018년 기준으로 54개에 그치고 있다.** 수도권 기업이 대거 부산으로 이전해올 것이라는 예상이 여지없이 빗나간 것이다. 부산업체들 중 상당수가 영세하다는 점도 문제다. 2015년에서 2018년 사이에 부산 소재 영화사가 제작한 장편극영화 개봉작 16편 중 <판도라>(2016)와 <퇴마: 무녀굴>(2015)를 제외한 14편은 전국 관객 1만 명을 넘기지 못했다. 또한 같은 기간에 복수의 작품을 제작한 부산 소재 영화사는 ‘브릿지 프로덕션’(3편), ‘야간비행’(2편) 두 곳에 불과했다.***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공공기관 이전이 이루어졌지만, 부산은 여전히 수도권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표 1> 부산 영화산업 실태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갈등
  지역균형발전은 참여정부의 핵심 공약이었다. 공공기관 이전 역시 이런 맥락에서 추진되었다. 지역영화 진흥 정책이 처음 수립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2003년에 발표된 ‘한국영화진흥종합계획’에 ‘지방자치단체 영상진흥 활동에 대한 지원’이 한국영화의 해결 과제로 지정되었다. 2006년에 발표된 ‘한국영화진흥종합계획 5개년 계획’에도 6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지역영상산업 균형발전’이 꼽혔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정책의 방향이 크게 달라지면서 공공기관 이전작업에도 차질이 발생한다.
영화계의 경우, 때 아닌 이념 갈등이 공공기관 이전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보수진영에 속한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부산 이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졌던 것이다. 특히 ‘부산이전 반대 범영화인 투쟁위원회’를 결성한 일부 원로영화인들은 영화진흥위원회 등의 부산 이전이 노사모 세력에 의해 기획되었으며, 각 지역 영상위원회가 노사모의 본거지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부산 이전을 반대하는 영화인들이 공공기관장으로 잇달아 임명된 것도 부산영화계로서는 악재였다. 공공기관 이전 자체가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애초의 목표는 이미 희미해진지 오래였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드디어 영화진흥위원회가 부산으로 이전을 했지만 사옥조차 마련하지 못한 탓에 한동안 더부살이를 해야만 했다. 2021년에야 신사옥이 완공되면서 행정조직의 이전은 완료되었지만, 부산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종합촬영소 이전은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영화진흥위원회의 이전이 지연되는 사이에 수도권과 충청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영화 인프라 구축 사업이 진행되었고, 이로 인해 부산의 경쟁력은 예전보다 더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영화에 대한 부산시의 관심도 점점 시들해져갔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하드웨어에 치중되었다는 비판을 받긴 했지만 부산시는 영화에 많은 투자를 했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에 쏟았던 관심은 타 분야로 옮겨가게 된다. 그 결과는 우리가 앞서 언급한 산업수치를 통해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지역영화정책의 현주소
하지만 이처럼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역영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2019년 이전까지 영화진흥위원회의 사업들 중 지역영화와 관련된 것은 국제영화제 지원 사업이 사실상 전부였다. 지역영화진흥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가시적인 첫 걸음이 시작된 것은 2019년 ‘제 1기 지역영화문화소위원회’가 발족하면서부터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는 13대 전략과제 중 하나로 ‘지역 창작인프라 균형 구축’을 지정하고 관련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영화진흥위원회가 시행하고 있는 지역영화 사업을 아래 <표 2>에서 확인할 수 있다.

 

<표 2> 영화진흥위원회 지역영화 관련 사업

 

총 4개의 사업 중, 지역영화 교육허브센터 지원사업의 경우는 서울의 미디어센터 위탁사업이라는 점에서 이를 제외한 3개 사업을 지역영화 관련 사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예산 규모로는 지역영화 창작스튜디오 및 후반작업시설 구축지원사업이 가장 크다. 특히 2020년에는 운영비를 포함하여 51억 원이 이 사업에 투입되었다. 2020년 개관한 부산의 사운드스테이션이 바로 이 예산 덕분에 완공될 수 있었다. 영화 제작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일회성 사업이라는 점, 지원대상이 연간 2~3곳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한계 또한 뚜렷한 사업이다. 당장 2021년에 관련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는 사실은 이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
지역영화문화 네트워크허브 지원사업은 사업명이 말해주듯 지역 영화단체 컨소시엄을 대상으로 한 사업으로, 장기적으로는 광역단체별로 1개 컨소시엄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 매년 공모를 거쳐 선발하지만 사실상 연속 사업에 가깝게 운영된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하지만 지역영화 거버넌스 구축이라는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업비를 대폭 늘려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다년제 사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장기적인 사업 기획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내실있고 차별화된 사업 수행을 위해서는 각 지역의 영화인,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수적이다. 영화정책과 관련하여 늘 벤치마킹 대상으로 언급되는 프랑스의 경우 오래 전부터 지역영화발전기구(ADRC)를 중심으로 지역영화정책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왔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ADRC에 상영업자, 배급업자, 제작업자, 감독, 지방자치단체 등 지역 영화와 관계된 사람들 대다수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역별로 차별화된 사업은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민의 영화 향유권이 보장되고 프랑스 영화의 다양성이 확보되며, 이는 다시 프랑스 영화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어나가는데 기여하게 된다.

 

코로나 19 사태, OTT라는 경쟁자의 등장 등으로 인해 한국영화계에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있다. 한국영화의 성장세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들려오고, 스크린 독과점 등으로 인해 한국영화의 다양성이 심하게 훼손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부산영화계와 영화진흥위원회가 힘을 모아 한국영화계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신선한 도전을 기획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지금은 거의 잊혀져버린 지역균형발전의 가치와 의미를 상기하고 회복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의 영화산업 마스터 플랜은 ‘영화촬영하기 좋은 도시’(육성기, 2004년)에서 ‘영화만들기 좋은 도시’(정착기, 2005~2008년)를 거쳐 ‘영상산업 정착 및 확대 재생산, 영상제작의 중심지’(발전기, 2009~2012)로 도약하는 것이었다.

** 2005년에는 사업체 수 통계자료가 없음. 2013년 기준 업체수는 47개임.

***윤하,  『부산지역 영화산업의 특화 전략 연구』, 부산대학교 박사 학위 논문, 2019, 49~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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