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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동행] 우물과 공동체

발행일2021-12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첨부파일

우물과 공동체

전미경 푸조와곰솔 대표

 

2015년 문체부 문화마을 사업으로 진행된 <수영성 문화마을> 조성은 지역 문화에 관심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다. 지역에서 각자 문화를 만들거나 끼리 문화를 즐기던 사람들이 모여 지역 자산을 발굴하고 마을 잡지 푸조와 곰솔을 발행하며 동네 사람들은 스스로가 문화생산자임과 동시에 문화 소비자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동네 사람들이 문화라는 공동의 주제를 가지고 3년 간의 시간을 부대낀 후 만들어 낸 공간이 [수영성마을박물관]이다. 구유지인 박물관 건물을 주민공동체가 위탁 운영하는 것부터 난관이 많았다. 조례를 새로 만들어야 했고 계약을 통해 이루어지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일은 관치에서 협치로 넘어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수영구 주민생활사 박물관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으며 자치로 나아가는 중이다. 동네 주민들이 오랜 세월 써온 물건들과 추억을 담은 사진, 이야기로 채워 넣으며 동네 작은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다

<수영성박물관 건물 외벽>

 

수영동은 조선시대 동·남해안을 관할하던 군영인 경상좌수영이 243년간 있었던 곳이다. 군제 개혁으로 군영의 기능을 상실한 후 지역민에게는 역사적으로는 자부심이기도 하지만 문화재보호구역이 개발을 저해하는 요소로 인식되어왔다. 이곳에 통일신라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발견하고 보존하는 일이 타 지역의 높아져가는 집값과 비교되어 지역민 입장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좁은 골목, 정돈되지 않은 길과 어두운 거리는 문화와 거리가 멀었다. 이런 연유로 여러 사업들이 진행되었지만 일원화 되지 못한 탓에 성과는 적었다. 중앙정부의 문화 사업은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부분에서 지역민의 목소리가 배제되어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공동체 스스로가 고민하고 행동해서 지역만이 가진 고유한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려는 문화자원의 협업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도시 공동체 실험실 공모사업으로 선정되어 진행된 공동체 사업인 [우물에서 답을 찾다]를 소개한다.

커뮤니티 공간의 원형을 보여주는 우물은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물을 나눠 먹는 일은 유대감을 키우고 함께하는 가치를 만들어낸다. 또한 우물 터에는 항상 사람들이 모였기에 물건을 주고받거나 소식을 나누는 공간이었다. 수도시설이 완비된 시대에 우물은 어떤 가치로 우리 곁에 남아있을까? 형태만 남아있는 공간이 아니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오가는 정겨운 곳으로 다시 채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물제를 열고 우물 조사와 지도 만들기 등의 자료수집을 하였다. 이 작업을 통해 우물은 지금도 소중한 공동체의 자산임을 증명하였다. 마을마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 같은 공간에서 살아온 정서적 유대감은 힘들고 어려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가치다.

<우물제 현장 사진>

 

수영성마을박물관은 마을에 있는 우물이다. 전시관에 있는 물건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추억의 시간과 화단에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꽃과 파라솔이 펼쳐진 탁자, 옹기종기 해바라기 나오신 어르신들, 물오징어 파는 트럭에서 나오는 비릿한 냄새까지 모두 수영성 마을박물관을 만드는 요소다.

마을공동체의 지속성이 구성원들의 노고를 담보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고 관리하며 지역 문화를 지켜나가는 마을 단위의 박물관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시기이다. 마을공동체 스스로 지역 문제를 파악하여 제안하고 실행하는 일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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