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아카이브

HOME 정책아카이브 문화정책이슈페이퍼

해당메뉴 명

메뉴 열기닫기 버튼

문화정책이슈페이퍼

[이슈]부울경 메가시티 시대, 지역문화재단이 나아가야 할 길

발행일2022-2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첨부파일

부울경 메가시티 시대, 지역문화재단이 나아가야 할 길

 

손경년(김해문화재단 대표이사)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김해문화재단의 불가사리 프로젝트는 김해예술인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출발한 지원 사업이다. 말하자면 지원이라는 이름으로 주는 자받는 자를 구분 짓는 짓을 하지 말자는 것, 지속적인 성장 동기를 재단과 함께 고민하고 나아가자는 것, 그 결과 시민들에게는 좋은 공연과 전시를 제공하고, 이와 동시에 재단은 상생의 매개 역할을 하면서 지역이라는 용어에 갇히지 말자는 것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마음가짐이었다. 이에 따라 문화재단은 지역예술인의 상생 그리고 문화·예술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을 목적으로 선착순 방식의 공모, 심사가 아닌 협의를 통해 42개의 공연과 함께 김해 미술인 다()모임10인의 작가를 선정하였다. 예전의 심사방식을 벗어나 김해 거주자, 예술인활동증명서의 확인이라는 첫 번째 기준, 젠더 감수성 및 환경생태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 제안서 요청이라는 두 번째 기준을 제시, 전문 예술인의 창·제작을 우선하면서, 당면한 문제에 대한 예술적 접근과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적 지평을 넓히는 데 초점을 두었다. 불가사리 프로젝트는 지역문화재단 설립목적의 두 축, 지원향유라는 두 마리 토끼잡기라는 지역문화재단의 기본을 다시 숙고하는 중요한 과정이 되었다.

 

되짚어보면 1997년에 광역으로써 경기문화재단이, 2001년에 기초로써 부천문화재단이 설립된 이래 문화재단설립의 역사가 20년을 넘었다. 2월 기준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현황자료에 의하면, 기초문화재단은 113개이고, 광역문화재단은 17개로 총 130개의 문화재단이 전국 각지에서 설립·운영되고 있다. 이를 보면 자치단체장의 지역문화재단 설립 공약은 이제 보편화된 듯하다. 처음 문화재단이 만들어졌을 때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사회에서 재단은 알겠는데 문화재단은 무엇을 하는 곳이냐라고 질문을 했던 시절도 있었으니 격세지감이 든다.

 

잠깐 시선을 돌려보자. 저출생*과 고령화의 우려가 지속되어왔던 우리나라의 인구가 2012623일 오후 7, 5천만 명을 넘어섰다. 당시 소위 ‘20-50클럽**이라는 나라는 일본,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6개국이었는데 우리나라도 이러한 조건을 갖춘 지구촌의 7번째 나라가 된 것이다. 드디어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에 도달하였다 하여 기념행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2020년 기준 인구수를 보니 50,825,557명으로 큰 폭의 인구증가는 더 이상 없었다. 2020년에는 사망자가 출생자 수보다 많은 자연감소가 시작된 해이기도 하다. 출생률이 더 이상 높아지지 않고 고령 세대가 늘어나다 보니 쇠퇴, 소멸이라는 단어가 도시 앞에 붙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뉴스를 보고 놀랐던 것으로, 2021년 전국의 89곳이 정부로부터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고시되었다는 점이다. 놀랍게도 인구감소지역에 광역도시 중 부산이 포함되어 있었다. 정부 정책의 하나로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신설, 인구감소지역에 매년 1조 원씩 10년간 투입하기로 했다고 하나, 실행과정의 정교화와 이후의 지속가능한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청년 유출, 고령화, 도시기능의 쇠퇴 등의 문제로 결국 정책효과가 미미해질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뒤따랐다. 현재 서울, 경기, 인천의 인구는 26,038,307명으로 전체인구의 51%를 차지하는데, 비율에서 보듯 수도권은 과밀화 상태이다. 지역내총생산(GRDP)을 보면 수도권에 비해 경남권의 비중이 하락하고 있으며, 지역총소득(GRI)도 마찬가지로 하락하였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과 재원 투입이 있었지만, 아직도 서울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것이 객관적인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을 타개할 수 있는 자구책이자 지역전략으로, 2018경남의 동남권 대도시, 중도시, 소도시, 농산어촌 등을 모두 연계, 영남권, 남중권에 이르기까지 유연한 광역권을 형성하여 수도권 1극 체제의 극복을 위해 경남·부산·울산(이하 부울경) 메가시티가 제안되었다. 경남권의 광역적 의제 처리 등 행정의 효율화, 1시간 거리로 접근성을 높여 생활권이라는 인식을 물리적으로 가능하게 만드는 광역교통체계 구축, 낙동강 역사문화 관광벨트 조성과 물 관리체계 및 먹을거리 공동체 형성 등 경남권 자치단체의 협력적 광역경제권에 대한 추진 의지가 최근에 다시 살아나고 있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추진이 본격화된다면, 적어도 경남권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기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임학순(2021)은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문화재단 설립을 가속해왔던 근거로, 문화예술의 특성과 정책 효과성의 측면에서 정당성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문화예술의 자율성과 독립성, 전문성 확보를 위해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라는 팔길이 원칙의 강조와 전문성과 유연성, 소통과 협력 네트워크 역량을 발휘하는 조직으로서의 지역문화재단을 기대하고 설립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래 추구했던 설립의 정당성과 달리 지역문화재단들은 날이 갈수록 관료성, 경직성의 경향을 보였고,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문화행정 여건도 여전히 미흡하며, 국가사업 확보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기대만큼 지역문화재단들이 지역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드는데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이 주된 논평이다. 처음 장밋빛 꿈을 갖고 문화재단을 설립하였지만 점차 또 하나의 관료조직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는 혐의로 만신창이가 된 셈이다.

 

그러나 좌절보다는 현재 130개의 재단이 운영되고 있다는 현실 앞에서, 다시금 지역문화재단의 존재 이유를 성찰하고,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더 필요한 것 같다.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후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수립 과정 및 실행을 통해 지역 환경과 특성의 반영, 지역주민의 주체적 참여와 주도를 견인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예술 주체들의 거버넌스와 시민력 증진을 위한 시도가 가능해졌다. 말하자면 자치와 분권의 점진적 구현 과정에서 지역문화정책에서도 문화분권이 도시의 중요한 실천 의제로 등장, 지역문화재단의 정체성, 방향성 등의 재정립을 고려해야 할 시대가 된 것이다. 특히 문화도시 사업 확장과 맞물려 지역문화재단들은 기초단위 지역문화시설의 관리, 운영, 축제 개최 등으로 축소되어 있던 역할에서 벗어나, 지역문화생태계의 소통자-연결자-조정자-지역문화와 예술의 가치 옹호자-혁신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변모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그래서 부울경 메가시티가 현실화 된다면, 서울 중심, 수도권 중심의 문화예술 수요공급 방식과 다른, 해양문화권과 낙동강역사문화권을 중심으로 생태환경, 기후위기, 문화다양성 등의 가치를 실천하는 거점으로서의 다양한 문화예술활동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지역의 문화예술생태계 및 마르지 않는 문화콘텐츠 생산고로서의 지역문화재단, 개인과 사회, 그리고 도시까지 아우르는 확장된 미션과 함께 특히 사람과 사람을 엮고 매개하면서 시간과 공간을 쪼개고 묶어서 삶의 개선행복도를 최적의 상태로 끌어올리는 유연한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본다.

 

 

* 저출산(低出産)여성이 아기를 적게 낳는다는 뜻이며, 저출생(低出生)아기가 적게 태어난다는 의미이다. 문체부는 201972일 자 저출생의 가장 큰 원인은 일자리와 교육비라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처음으로 저출산이 아닌, 저출생이라는 표현을 했다. 물론, 아직도 저출생이 공식용어로 사용되고 있지 않다. 참고, <여성신문> 2019718일 자, “저출산이 아니라 저출생입니다”(이하나 기자)

** ‘20-50클럽은 일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 명을 동시에 충족하는 나라를 뜻한다.

*** 임학순(2021), “지역문화재단의 역할과 미래”, 웹진 <예술경영> 467(20210610), 에술경영지원센터

**** 상동(上同)

부울경, 부울경메가시티, 지역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