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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후위기] 예술계 밖에서 바라보는 기후와 문화예술의 접점

발행일2022-10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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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계 밖에서 바라보는 기후와 문화예술의 접점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환경과 딴따라

  무뢰하게 예술의 영역에 종사하는 분들을 딴따라라고 부른다. 전업 환경운동가로 산 지 36, 사실 딴따라들과 환경문제를 공유했던 기억은 제법 오래된 듯하다. 낙동강, 금정산 관통 고속철도 등등에서 극과 노래, 시 또는 창작무용 그리고 그림으로 하나가 되어 활동한 경험이 있다. 예컨대 삼랑진 산업폐기물매립장의 문제를 다루었던 극단 자갈치의 뒷기미 병신굿은 현장을 공유하며 만들어진 마당극이다. 극단의 지향점과 당시 환경단체 공해추방운동협의회(약칭-공추협: 부산환경운동연합 전신)의 반핵 반공해 미션이 의기투합한 것으로 지역 환경운동사에서도 중요한 비중으로 기록되는 사건이다. 물론 이 싸움은 지역민이 이겼고 사업은 백지화되었다.

  굳이 옛 기억을 들추어낸 것은 접점이란 단어 때문이다. 이 또한 오랜만에 접한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같이 손을 잡는다는, 그 연결 고리는 늘 열려 있다. 다만 세월이 흐르면서 역동성은 다소 무뎌졌지만, 더 세분화되고 다양화되었다. 앞서 지면을 장식한 이슈들은 또 다른 현장이라 본다. 그럼에도 현장은 늘 문화예술계 딴따라들과의 결합 혹은 접점에 목말라 한다.

 

#인간의 욕심이 부른 재난들

  저성장 시기를 타개하기 위해 작당되는 거대개발의 음모는 지구온난화로 비롯된 기후위기에 역행할 뿐 아니라 지역의 소중한 자연자산이 사라짐으로 인해 생물종다양성에 치명적이다. 안타까운 노릇은 코로나19의 등장과 지배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 원인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가 왜 등장했는가. 인류의 과도한 개발욕구가 야생의 경계를 허물어 버림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그 점염 전파력과 파괴력 앞에 인간은 속수무책이었다. 전쟁이 아닌 상태에서 국가간 교역과 이동이 차단되었고 사회적 거리두기란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집회와 회의 세미나는 비대면이 강제되었다. 이 시기 코로나의 역설이라고 잠시나마 짓눌렸던 대기가 정상을 찾아 맑았던 적이 있었지만 기후위기를 조장한 중독적 풍요와 파괴적 성장의 신화를 깨지 못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생활고의 압박은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 맞이했던 기회조차도 이 또한 지나가리라로 오역되었다. 문명의 반성과 새로운 이정표 찾기는 그렇게 유야무야 됐다. 고약하게도 IMF가 그랬듯 코로나는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동시에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간에 축적된 온난화에 지구는 더는 버틸 힘을 상실하고 와해되고 있었다. 그래서 어쩌면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고서야 경제활동이 급락했던 코로나 시기에도 불구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한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은 걷잡을 수 없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어디쯤 와 있을까?

  언론을 통해 거의 매일 전해지는 엄청난 면적의 산불과 폭염, 홍수 나아가 남북극을 비롯한 고산지대의 빙하유실과 해수면 상승, 또 이로 인한 생물종의 격감은 기후재앙 시대로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2000년대 초기에 세계를 경악하게 만든 펜타곤 보고서의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테면 동유럽 곡창지대가 장기 가뭄으로 흉작이 이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웃 국가들이 윤리적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다가 정작 자국 상황도 어려움에 직면하자 경제봉쇄에 돌입하면서 충돌이 일어난다. 처음에는 재래식 무기가 등장하지만, 나중에는 가공할 무기가 등장하면서 종국에는 서로 치유치 못할 길로 간다는 시나리오다. 그 시초가 이상기후에서 비롯된 것이다. 다소 다른 양상이지만 작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또한 본질은 같다. 그 여파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물가는 앙등했다.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식량, 에너지문제가 전면화되었다.

 

16가지 기후위기 티핑 포인트 임계온도. 빨간 줄은 각 기후 티핑 포인트가 일어날 것으로 추정되는

임계온도값. 검은 막대는 임계온도 추정치 상한과 하한 범위. (자료=<사이언스>)

 

이같은 상황은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 없으며 오히려 그 속도가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데 심각해진다. 2020년 기준 곡물자급율 20.2%, 식량 자급율 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다. 나아가 신재생에너지시장을 낙후시키는 기형적 에너지 자급율은 모든 것을 수입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위협변수가 될 것이다.

반면 대한민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7, 기후변화대응지수 61개국 가운데 58위 등을 근거로 기후악당(climate villain)’으로 불려진 지 오래다.

오늘의 환경운동은 이같은 국내외적 상황과 분리될 수 없다. 여기에 수반되는 의제는 세대간 환경정의 혹은 더 넓게는 기후정의, 인권과 인종, 경제적 불평등, 민주주의 등을 관통한다. 체제가 문제되긴 하지만 지구 등골을 빨아대는 흡혈귀는 자본주의며 사회주의를 가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난 200년 화석연료 남용으로 인한 기후변화를 어떻게 반전시킬 것인가이다. 솔직히 반전은 고사하고 현상 유지만이라도 된다면 파국의 시간을 다소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아래로 낮추기 위한 국제적 약속과 노력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할 것이다.

 

#범위를 아주 좁혀 부산으로 무대를 옮겨 보자

이 도시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구적 차원의 탄소중립 달성 실천이 부산이라고 예외일 수 없는데도 대응과 방법 구사는 여전히 오래된 노래를 틀고 있다. 대규모 개발을 통해 당면한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요량으로 목을 메다시피 전사적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은 대표적 현장이다. 내걸은 기대효과가 만만치 않지만 국토부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건설의 비용(C)대비 편익(B) 비율(B/C)0.51로 나왔다. 이 비율이 1 이상 나와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 그럼에도 이를 부정하고 그 값이 틀렸다며 그 모든 것이 항공마피아의 농간이며 수도권 중심주의라고 항변한다.

관련하여 환경단체들은 가덕도가 신공항부지로 적지가 아닐뿐더러 이로 인한 생태환경적 파괴는 되돌 릴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며 문제를 제기해왔다. 실제 그렇다. 부산시민 누구도 가덕도의 생태 정보며 역사유적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 개발에 앞서 최소한의 정보 제공과 득실에 대해 숙의할 수 있는 환경은 애초부터 제공되지 않았다. 오로지 월드엑스포 개최 전까지 공항은 만들어져야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 해역에 출현하는 국제 보호종 상괭이며 천연기념물 수달을 비롯한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멸종위기 생물의 서식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생물이 깃든 남해안 유일의 국수봉 100년 숲의 존재는 신공항 건설의 장애물처럼 취급한다.

환경단체는 이를 알리고자 또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차원에서 문화예술 그릅과의 접목에 목말라 한다. 일부 소수 종사자들이 동참을 하고 있지만 그 목소리와 몸짓은 섬에 갇혀 버렸다. 기후위기는 먼 곳에 있지 않다. 관심과 연대가 공존을 가능케 한다. 주변을 돌아보라. 그리고 현장의 아픈 목소리를 딴따라들의 소리와 몸짓으로 재해석하는 실천이 시급하다.

 

 

 

부울경, 문화공동체, 기후위기, 기후정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