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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고령화] 예술의 옷을 입고 어른의 어른이 되다

발행일2022-12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첨부파일

예술의 옷을 입고 어른의 어른이 되다

 

배우민 ((사)한국예총 경남연합회 사무처장)


 

  보건복지부 자료(2022년 8월)에 의하면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둘 다 없는 시군구는 전국 16개에 달한고 한다. 반면 서울 강남구에는 산부인과 33개 소아과 57개(합계 105개)가 운영중이다. 지방소멸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중의 하나이다. 예술인들이라고 사회 전반적인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활동 증명 현황을 살펴보니 연령대별로 조사가 되어있다. 예술인의 고령화 문제를 다루고자 분포도를 가만히 보고있자니 이것을 고령화라고 부르는게 맞는건가 하는 원론적인 질문이 든다. 왜냐하면 고령의 예술인들이 많아졌기 보다는 20대, 30대 예술인들이 전부 수도권에 있다 것이 예술인 고령화의 근본적인 이유로 보인다. 연령대가 높은 예술인이 많아서 고령화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층이 특정 지역 한 곳에 모여 있어서 상대적으로 고령화가 된다는 이야기다. 

 

 

  젊은 예술가들이 왜 수도권에 모여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파헤치지 않아도 될듯하다. 경남의 어느 한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공연 중 자랑거리를 늘어놓았는데 졸업생들을 서울의 유명대학으로 배출했다는 것이다. 이 말에 단원들도, 관객들도 박수를 치고 뿌듯해 한다. 예술단체 운영의 모범사례이며 유능한 인적자원을 배출하는 최고의 업적이다. 그렇기에 이 부분을 문제삼는 것은 결말이 공허한 논쟁이다. 

 

나이가 든 것을 탓하지 말자!
  우리는 기본적으로 고령화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부분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앞서 설명한 예술활동증명 연령대별 분포도에서 보다시피 청년층의 인구 밀집 때문에 고령이 눈에 보이게 된 것이지 고령층이 증가하거나 다른 요인이 발생해서 고령화가 된 것은 아니다. 지역예술가들이 자신의 지역을 묵묵히 지키며 나이가 든 것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기엔 서럽지 않은가?

 

# 예술은 자존감을 확보하는 가장 고상한 행위

  ‘교직에서 은퇴 후 서예가의 길을 걷는다.’ 혹은 ‘임원으로 퇴직하고 그림을 그린다’, ‘요즘 글써요 곧 시집이 나옵니다.’라고 하는 근황소개를 듣는다. 고령화 시대 새로운 삶을 찾는 여러 방법 중에 예술을 선택한 이들의 자기소개이다. 이런 소개는 여러 가지 의미가 느껴진다. 굳이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저는 고상합니다. 생각이 깊고 창조적 이예요. 돈에 집착하지 않고 생활에 여유가 넘칩니다.’ 라고 하는 속마음이 느껴진다. 난잡하게 절절히 설명하지 않고 간단하게 소개하는 것. 고령화 예술이 생성되는 여러 경로중의 하나이다. 

  삶을 어느 정도 경험하고 인생에 무엇이 소중한가 몸소 깨닫는 나이가 되면 욕심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자신이 무언가를 남기거나 이루고 싶어한다. 늙어가는 것의 의미는 죽음을 향해 간다는 것이니 그것에 반항하는 심리로 자신 내면에 새로운 것을 찾아서 그것을 생산하고 키워나간다. 예술은 삶을 명확하게 하고 죽음에 반대하며 타인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게 한다. 이것이 고령의 생에 예술이 갖는 의미이다. 

 

# 고령화된 예술단체, 쳥년을 고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서부 경남의 어느 행사장에서 미술관련 활동하는 예술단체장을 만났다. 자신이 회장이며 막내라고 말씀하신다. 올해로 70세. 회원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공모사업에는 어떻게 지원받을 수 있냐고 조언을 요청한다. 순간 공모사업 이후에 진행되는 여러 가지 업무들이 생각이 났다. 사업계획서부터 e나라도움까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라고 고민하다가 “언제 한 번 연락주세요” 라는 말로 얼버무렸다.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고 관련해서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식당에 들어가 키오스크 앞서 멀뚱히 보고만 있는 어느 할아버지처럼 고령화 된 예술가들은 공고문을 확인하는 것부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저는 오히려 e나라도움이 편해요 딱딱딱 하면 되잖아요’ 20대 기획자가 한 말이다. e나라도움이 만들어지는 초창기가 떠올랐다. 누가 왜 이런 것을 만들었냐며 너도 나도 불평불만을 이야기하였다. 시스템 때문에 사업을 포기하는 이도 있었고 사업담당자는 자고 일어나니 메뉴 버튼이 달라져 난처해 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업 처음부터 e나라도움으로 시작한 20대 기획자는 예전의 정산방식에 대한 설명에 당황에 한다. 그냥 e나라도움으로 하면 안되냐고 물어본다. 여기서 고령화된 예술단체의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 청년으로 이루어진 문화매개자를 양육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대신 그에 대한 확실한 고용체계가 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일자리 창출과 예술단체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 예술의 옷을 입고 어른의 어른이 되다
  어른이 되어 예술을 깊이 받아들이고 고민하는 것은 돈의 문제를 넘어서 정신적 만족을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어른들이 모두가 예술가라면 얼마나 품위 있고 고차원적인 사회가 될 것인가? 고령의 예술이 어른을 어른답게 만들고 우리 사회의 품격을 높인다는 결론에 다다른다면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그러니 젊은 사람은 예술의 옷을 입은 어른을 존대하고 어른은 끊임없이 예술적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그런 이상적인 사회를 우리는 즐겁게 맞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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