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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부울경 메가시티 형성을 위한 공공 문화기관의 방향성

발행일2022-2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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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 메가시티 형성을 위한 공공 문화기관의 방향성

 

남송우(부경대학교 명예교수)

 

한국의 지역이 소멸되고 있다. 수도권 중심주의가 나은 적폐의 결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가 소위 부울경 메가시티의 구상이다. 이는 일극주의를 넘어서기 위한 다극주의의 지향이며, 온전한 지역분권을 통한 삶의 진정성과 행복을 구현하기 위한 길이다.

그런데 이의 실현을 위한 부울경 메가시티의 구성이 현재 순탄하게 진행되지는 않는 모양새이다. 법적인 토대는 갖추어졌지만, 이미 관성화되어 있는 부울경 지역 각각의 자치행정을 허물고 새로운 부울경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일이 그렇게 손쉬운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근원을 따지고 보면, 너무 정치, 경제적인 관점으로만의 접근이 빚은 결과이기도 하다. 행정구역상 각각 나뉘어져 있던 부울경의 관행을 넘어 하나의 공동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선 새로운 부울경 공동체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 동안의 지역 자치를 통해 일구었던 자구력을 새로운 차원으로 승화시켜나가야 한다. 이 승화의 과정에서 가장 소중한 토대로 삼아야 할 것은 단순히 정치, 경제적인 요소만이 아니다. 정치, 경제적인 가치와 지향을 추동할 수 있는 근원적인 힘이 따로 있다. 그것이 문화력이다.

 

그 동안 많은 학자들이 인류문화사를 통찰하면서, 인간이 지닌 문화력이 인간사회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확인한 바 있다. 정치적 민주주의를 이끈 선진 민주국가의 발전의 토대는 그 나라 시민들의 문화력이었고, 경제적 발전을 이룬 경제대국의 밑바탕에도 한층 더 높은 문화적 지수가 작동하였음을 객관적이고 다층적인 자료 분석을 통해 증명하였다. 정치, 경제가 한 나라의 발전과 운명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의 구성원이 내장한 문화력이 그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지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문화력의 어떤 부분이 공동체를 하나의 가치와 온당한 지향점으로 이끌어 나가고 있는가? 그것은 문화가 지닌 공감력이다. 문화의 정의를 한 마디로 규정하기는 힘들지만, 문화란 동시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삶의 총체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문화는 공유하면 할수록 공감대를 확대심화시켜나가는 매개로 작동한다. 특히 예술문화는 이를 극대화시키는 힘이 있다. 보편적으로 예술문화의 창작자들이 향유자를 향한 공감대의 형성을 근원적으로 지향하는 이유이다. 그러므로 예술문화의 다양한 양상과 작품들은 일차적으로 인간이 지닌 감성을 건드려 공감의 진원지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인간이 지닌 공감적 참여의 좋은 매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부울경 메가시티의 구성과정에서 문화예술의 자리가 중요한 이유는 이 지점이다. 공감적 사유의 공유와 그 실천 없이는 온전한 부울경 메가시티의 실현이 힘들기 때문이다.

 

공감적 세계인식은 자율적 개체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모든 것은 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체계이론(system theory)과 맥을 같이 하며, 이 체계이론은 지구촌이 직면한 기후위기를 극복할 생태학적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이 지닌 이러한 공감적 성향은 꾸준히 연마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연마를 위한 하나의 좋은 매개가 문화예술이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으며, 늦었지만 부울경 메가시티의 공공문화기관들이 이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이다. 그 몇 가지 방향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부울경에 산재한 문화예술 관련 공공기관들의 느슨한 연대로부터 끈끈한 연대로의 이행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부산문화재단, 울산문화재단,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이미 협약을 맺은 바를 토대로 상호협력체계를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 그 구체적인 방향은 우선 공통적으로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시행하고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공유하는 일이다. 공유를 통해 함께 협력해야 할 지점과 문제점을 협의함으로써 부울경 문화권(동남문화권) 안에서 새롭게 할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창안하는 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부울경 문화권 형성을 위해 필요한 부울경 문화프로젝트를 완성해 중앙정부에 요청해서 실행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각 문화재단이 그 동안 펼쳐온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체계화 한 바탕 위에 새롭게 열려질 부울경 문화권의 정체성을 어떻게 구체화해나갈 것인지를 고민하여 밑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문화재단 정책팀이나 기획팀이 상시적으로 만나 빠른 시일 안에 <부울경 문화비전 2030> 기초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부울경 전 지역 시민들의 온전한 문화권 향유를 위해 광역시도 문화재단이 기초문화재단 설립을 추동하고, 이와의 긴밀한 연대를 확대심화시켜나가야 한다.

 

지금 부산에는 금정구와 부산진구, 경남에는 창원문화재단, 사천문화재단, 김해문화재단, 밀양문화재단, 거제문화예술재단, 거창문화재단이 울산에는 고래문화재단, 울주문화재단(준비 중) 정도가 설립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 정도의 기초문화재단 설립으로는 부울경 지역 전체의 문화진흥을 제대로 일구어 나가기 힘들다. 최소한 부울경 지역 시군구에는 하나 이상의 기초문화재단이 설립되어야 부울경 문화분권을 제대로 실현해 나갈 수 있다.

 

부울경 문화분권 형성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또 다른 하나의 문화기관이 문화원이다. 한국문화사를 점검해보면, 한국문화진흥을 위해 제일 먼저 설립된 단체가 문화원이다. 한국문화사의 영욕을 그대로 보여주는 단체이다. 관변문화 창출의 원천이었다. 문화재단이 각 지역의 문화진흥을 이끌고 있는 현실 속에서 문화원의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전국 대부분의 문화원들이 어르신 문화프로그램 진행, 실버문화 페스티벌 운영, 문화가 있는 날 운영 등과 생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직은 문화재단과 같이 광역문화원 조직과 지역문화원 조직으로 나누어져 있으면서 한국 전체를 대표하는 한국 문화원 연합회로 조직되어 있다. 진정한 문화분권을 위해서는 중앙이나 본부 개념이 자리하고 있는 한국문화원은 해체하고, 각 지역이 수평적으로 평등한 연합체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소위 중앙의 한국문화원에서 모든 예산과 프로그램을 각 지역에 배분하는 방식으로는 온전한 지역문화 분권이 이루어지기 힘들다. 지역문화원들이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문화프로그램을 창안하고 실행해 나갈 수 있는 자율성과 역량을 우선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지역에 산재해 있는 그 지역의 문화재단과 문화원은 일차적으로 협의체를 만들어 그 지역의 정체성에 맞는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다양한 문화 수용층의 욕구에 따라 문화재단이 관장해야 할 것과 문화원이 담당해야 할 부분들을 분담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부울경이 하나의 문화권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문화원 수가 문화재단 수보다도 훨씬 많다는 점은 이들의 관계 정립이 그만큼 큰 과제임과 동시에 풀어나가야 큰 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부산에는 14개의 문화원이, 울산에는 5개의 문화원이, 경남에는 20개의 문화원이 조직되어 활동하고 있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문화원을 방치해 두고 문화재단이 일방적으로 부울경 전체 문화의 미래 조감도를 그리고 실현해 나가기에는 많은 결락 사항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노인층의 수요가 많은 문화원 프로그램의 문제들을 부울경 지역문화의 다양성이란 관점에서 현실적으로 안고 가야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프로그램이나 문화기획의 역량 면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는 지역문화원의 체질을 바꾸어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게 하기 위해서는 지역문화재단의 협력과 도움이 현실적으로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지역에서 문화재단과 문화원이 협력 체제를 구축해서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대로 실행해본 적이 없기에 부울경 지역에서는 기존 모든 문화기관들의 협력체계 구축을 통한 지역문화진흥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부울경 동남문화권 형성을 위해서는 기존 문화원과 문화재단과의 관계정립과 협력체계 구축은 선결과제 중의 하나이다. 앞으로 부울경 지역에 세워나가야 할 시군구 기초문화재단의 설립과 기존 문화원과의 관계 설정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기초문화재단의 설립은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안을 제대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우선은 부울경 광역시도 문화재단이 앞장서서 현실 대응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울경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연대해서 문화기관들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추동하는 부울경 문화예술인들의 연대 활동도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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