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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문화예술로 달라질 10년 후 우리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발행일2019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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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로 달라질 10년 뒤 우리의 삶을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10년을 앞두고 있는 지금, 많은 문화 기관에서 앞다투어 2030문화비전을 발표하였습니다. 2030년을 준비하며 만든 문화비전을 통해 우리 개인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문화비전이 우리 삶의 작은 순간들을 바꿔놓을 만큼 따뜻하고 설레는 계획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책연구센터의 정책이슈페이퍼 첫 번째 주제는 ‘10년 후 문화로 달라질 우리 삶과 사회의 밑그림-문화비전입니다. 다양한 문화비전이 만들어낼 10년 뒤 우리 삶을 우리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습니다. 10년 뒤 문화예술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으면 좋을지 상상해 본다면 어떨까요? 부산지역 예술가들이 상상해본 10년 뒤 우리의 삶을 이야기해봅니다.

 

문화예술계에 복잡한 바람이 불어오고, 그것을 계기로 문화예술계를 떠나는 친구도, 오히려 굳세게 버티는 친구도 반반이 되어 남아있게 되었다. 그러나 부산에서 나고 자라서 버티는 것이 삶이 된 우리는 부산을 쉽게 떠날 수 없었다. 우리는 버텼고, 싸웠고 그것은 많은 것을 바꾸어 나갈 것이다. 조례는 개정될 것이고, 예술인 복지 계획은 예술인들로 남아있을 수 있게 해주는 토대가 될 것이다. 자리를 잃지 않을 예술인들은 버텨왔고, 앞으로 버텨가며 부산의 다른 이름으로 남을 것이다.

현수정(영화를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예술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중앙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부, 변두리의 시선으로 세상을 조망하고 조명하는 것이다. 많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이 중앙의 영토에 속하지 못하고 경계 바깥에서 머무르고 흐르면서 살아간다. 미래에도 여전히 예술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철거당하는 존재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어야 한다. 지금의 예술과 미래의 예술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삶의 자리와 공간을 만드는 언어와 리듬이 되어야 한다.

조은하(부산에서 퀴어인권운동과 반성폭력운동을 하는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퀴어 성폭력 생존자)

 

문화비전이 10년의 계획을 세웠지만 순간순간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서

개방성을 강조하며 사람이 중심이 되고 문화예술의 사회적 참여에 대한 부분이 많은 강조가 되었습니다. 저도 다양한 사회활동을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이 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 참여하고 싶지만 하지 못한 일들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참여도 여유와 안정적인 생활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비전을 통해 10년 후에는 저와 예술가들의 삶이 예술활동만으로도 안정적인 삶이 되어서 더욱더 많은 예술의 사회적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그리고 정책이슈페이퍼 창간을 축하드립니다.

정승민(다양한 사람의 생각을 실현해 보여주는 20대의 공연, 축제기획자)

 

길이 만남이 있는 공간이 되는 금정구가 되면 좋겠다. 퇴근 후에 장성시장 나유타에서 채식요리를 먹고 복수가게에서 빵을 산다. 꽃집 위로에서 꽃다발을 고른다. 거기에서 이웃 주민과 만나서 수다를 떨고. 문화/ 예술은 타인과 만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 타인(혹은 작품)와 만났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래도 이해 하려고 하는 노력은 동시에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키워준다. 길 위에서 서로가 이해 하고 안아 줄 수 있다면, 더 살기 편한,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나까(싱어송라이터이자 채식요리사. 무국적 비건 채식 식탕 나유타운영자)

 

원고 요청이 왔다. 이런 분야는 잘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래도 적어주면 좋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2030문화비전을 살펴봤다. 역시나 몇 번을 다시 봐도 이해되지 않는다. 여러 분야 정책이 섞여 있는데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저기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왜 제외되었을까? 일상에 존재하지만 분야로 정의하는 순간 이상해지는 것. 사실 나에게 문화란 그런 것 같다. 나는 문화가 공기 같았으면 좋겠다. 일상에서 개인이 하는 말이나 행동 같은 모든 것들에 문화적 요소가 있고, 모든 사람주변에 존재하는 것, 그렇기에 차별할 수 없고 재단할 수 없는 것. 그러면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존중받을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엄창환(심오한연구소 공동대표)

 

독립예술축제 제로페스티벌이 20주년을 바라보게 된다. 부산시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개성을 잃지 않고 흔들림 없이 이어져 갔으면 좋겠다. 부산에서 시작된 축제이지만 아시아 각국으로 널리 퍼져서 개최되어도 좋을 것 같다. 저마다의 독립적인 예술들이 그 자체로 존중받기를 원한다. 나는 10년 후면 마흔이다. 40대는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라던데, 그 때 나는 어디에서 어떤 책임을 지며 살고 있을까. 내가 지는 책임이 이 사회에 조금이나마 옳은 것이길 바란다.

이대한 (현 부산독립예술축제 ZERO FESTIVAL 축제감독, 레게 밴드 해피피플에서 디제잉과 라이브믹싱을 담당하고 있다.)

 

집에서 저녁을 먹고 여유롭게 걸어 동네에 있는 전시장에서 맘에 드는 한 두점의 작품을 오래 감상한 후, 인근 소극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보러 갔더니 이웃 분들이 친한 지인들이 참여한 공연이라며 기대에 찬 얼굴로 기다리고 있다. 공연이 끝나고 이웃들과 근처 맥주가게에 들러 오늘 본 작품과 공연에 대한 소감,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 꽃을 피운다.

 

김경화(설치미술작가, 협동조합 창 이사장)

 

나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낯선 마을에 도착한다. 쭈뼛거리거나 망설이지 않고, 마을 입구 가게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글을 쓴다. 나의 건너편에는 자신의 흙묻은 장화를 냅킨 위에 그리는 농부가 있고, 그 옆에는 가방을 테이블 위에 잔뜩 올려놓고 테이블 아래에서 턱을 괴고 엎드려 책을 읽는 아이들이 있다. 구석에 방음처리가 된 방에는 청년들이 노인들에게 태블릿 속 디지털 피아노 연주를 가르치고, 아침마다 가게앞에는 주민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청소년들이 있다고 주인은 말해준다. 오라고, 언제든 춤추러 오라고. 춤은 모든 감정의 언어이니 당신의 몸 속이 흘러 넘치면 언제든 오라고.

가게의 뒤뜰 별채에는 마음껏 울 수 있는 좁고 기다란 방이 있다. 사람들은 방 밖에서 하루 종일 울고 나온그 사람을 축하하는 축제를 준비하고, 그는 자신을 지배했던 슬픔을 색색깔의 종이로 접어 그들의 머리 위에 줄줄이 이어 엮는다. 주말에는 아무도 먹고사는 일에 신경 쓰지 않도록 다 같이 모여 먹고, 한 데 모여 한꺼번에 처리한다. 다 같이 모인 그 자리가 공연 자리가 되고, 영화를 보는 자리가 되고, 같이 노래하는 자리가 된다.

바닥에 엎드려 턱을 괴고 책을 읽던 아이 하나가 다가와 아줌마, 책 써요?” 나에게 묻고서, “나도 내 이름으로 된 책 있는데...” 라고 말하며 두 엄마와 사는 일상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한 디지털 파일을 자랑스레 나에게 보여주는 그런 가게.’ 그 가게의 이름은 예술 먹는 가게.’ 마을마다 입구에 자리해 누구든 살찌우는 영혼의 허기를 채우는 가게. 제일 먼저 연필을 쥐고, 그림을 그리고, 글자를 썼던 우리는 왜 그 모든 것들을 잃어버린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게 되었을까? 누구의 인생이든 인생이 우리에게 권하는 몇 번의 왈츠를(영화 <우리도 사랑일까?> 중에서)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기를. 그런 세계가 되고, 그런 마을이 되고, 그런 우리가 되기를.

김비(소설가, <길을 잃어 여행 갑니다> <별것도 아닌데 예뻐서> 공저)

 

상상해본다. 10년 후의 지역문화를. 작가는 저작권을 누구와 나눌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획해주겠다, 멘토링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공동저작권이란 단어가 적힌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일이 없는 게 만연한 상식이 된 지역문화를. 소설을 연재 할 수 있는 대형 플랫폼마다 다이렉트 투고메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에 연재시켜주겠다며 접근하는 기획사와 에이전시가 없는 지역 문화를. 그건 다 작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임을 누구나 아는 지역문화를. 원작에 대한 저작권은 다 주는 대신 2차 저작물에 대한 공동 저작권이 인쇄된 계약서를 슬쩍 내밀고 수익 분배를 하자는 걸 코웃음 치며 ‘1차든 2차든 저작권은 다 작가 거예요라며 거부 할 수 있는 창작자가 많아지는 미래의 지역 문화를. 상상은 현실이 된다, 되어야 한다.

김유리(작가·출판사 키스더북스 대표·기획사 아주작은코끼리 대표)

 

10년 뒤엔 정말이지 시대착오적인 법이 개선되길 바란다. 특히 대학가 앞에서 힘겹게 청년문화를 지키고 있는 라이브클럽, 라이브펍들이 음향장비를 갖추고 춤과 노래를 허용한다는 이유만으로 허다하게 단속대상이 되어 줄줄이 문을 닫고 있어 지역 뮤지션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법보다 먼저 생겨난 춤과 노래를 규제하는 법은 당장 뜯어고쳐야 마땅하다.

방호정(부산힙스터연맹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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