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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온라인 미디어 예술 활동 지원’ 사업을 돌아보며

발행일2021-2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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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미디어 예술 활동 지원’ 사업을 돌아보며

 

이지훈 (필로아트랩 대표)

 

 

  지난해 9월 부산문화재단은 ‘아트 체인지 업’(Art Change UP) 사업 참여 예술가를 공모했다. 이 사업은 7월 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3차 추경 예산에서 확보한 1천569억원 가운데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지원에 149억원을 배정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 17개 시·도 광역문화재단과 추진한 ‘온라인 예술활동 지원’ 사업의 하나였다.

 

• ‘첫 단추’가 문제다

  일단 여기서 잠시 멈춰보자. 모두가 알다시피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피해를 많이 입은 영역은 공연예술 분야다. 그런데 어째서 3차 추경 예산에서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 지원 비율이 저렇게 낮을까. 그런 반면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은 미술 분야에는 어째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3차 추경 예산의 절반이 넘는 거액을 투입했을까.


  사업 시기도 문제다. 공연예술인들에게 이 사업은 ‘긴급 재난 지원금’ 성격을 띤다. 그렇다면 정책 결정과 예산 확보가 좀 더 신속하게 진행됐어야 한다. 지난해 2월부터 정부 행정명령에 따라 공공 공연장이 폐쇄되고, 민간 공연장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정부는 공연장 폐쇄를 강행하고 그 대안으로 온라인 예술활동을 독려하면서도, 실질적인 활동 지원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지 않겠나.


  게다가 일정도 문제다. 사업 출발이 늦은 데 비해, 사업 실행 일정은 촉박했다. 부산문화재단의 경우 9월 16일에 공모를 마감했는데, 사업 결과물은 중앙정부의 행정 일정에 따라 12월 31일까지 제출해야만 했다. 공모 심사 결과가 9월 말에서 10월 중순(<콘텐츠> 유형의 추가 공모 결과는 11월 10일 경)에 발표됐으므로 실제 지원자들의 작업 기간은 석 달 이하였다. 작업 기간을 1년으로, 또는 적어도 6개월 정도는 제공하는 것이 ‘상식’ 수준에서 바람직했을 것이다.


  이처럼 ‘온라인 미디어 예술 활동 지원’ 사업은 첫 단추부터 삐걱거렸다. 부족한 예산 책정, 늦은 지원 결정, 촉박한 사업 일정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17개 시·도 광역문화재단이 자율적으로 지역 특성 맞춤형 사업을 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예산 규모와 사업 일정이 이렇듯 미리 다 정해진 상황에서 지역 문화재단의 ‘자율성’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겠나.


  앞으로 중앙정부는 지역정부에 필요한 문화 관련 예산을 ‘통’으로 지원하고, 이에 맞춰 지역 문화재단들이 그야말로 자율적으로 지역 특성 맞춤형 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 ‘예술계 생태계 정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총평은 긍정적이다

  이런 가운데 부산문화재단은 총 7억 4200만 원으로 ‘아트 체인지 업’사업을 추진했다. 사업 내용은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콘텐츠형에 2억 5000만 원, 예술 작품형 2억 원, 온라인 커뮤니티형 1억 2000만 원, 웹 다큐·웹 드라마 제작형 1억 2000만 원, 자율 제안형 5200만 원의 지원금이 책정됐다. 심사를 거쳐 총 168건의 사업이 선정됐다.


  영상 결과물을 놓고 ‘총평’을 말하자면 대체로 긍정적이다. 솔직히 결과물이 모두 좋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지원 팀(개인)에 따라 영상 퀄리티의 편차가 컸다. 한 단체가 무리하게 여러 가지 유형에 복수 지원한 나머지 결과물의 내용이 충실하지 못한 경우도 있고, 기존의 내용을 중복(자기인용)하며 시간만 채운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도 있었다. ‘메이킹 영상’이란 이유로 너무나 거칠게, 성의 없이 제작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지원 사업의 취지가 ‘긴급 재난 지원’ 성격이 강하고, 앞으로 온라인화를 준비하는 첫 걸음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관점에서 보면 대체로 긍정적이라고 본다. 대다수 결과물에서 의미 있는 시도와 성과를 보여줬다고 판단된다. 다만 특별히 주목할 부분이 있다. 먼저, 클래식 분야다. 어떤 면에서는 청년문화 분야보다 클래식 분야가 한층 더 영상 매체에 알맞게, 성실하게 작업했다는 인상을 준다.


  오페라 관련 콘텐츠도 좋았다. 또 부산음악협회는 앞서 코로나 사태를 맞아 클래식 악기 연주자들이 1인 영상 연주를 선사하는 ‘데카메론 프로젝트’를 이미 자발적으로 실행한 바 있는데, 이번 문화재단 지원으로 만든 영상제작 교육 강좌는 클래식 대중화를 위한 영상화 작업의 기초로서 가치 있는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래적 가능성의 관점에서 참신한 시도를 보여준 사례로는 <예술은공유다> 팀이 있다. 실시간 스트리밍 연극 ‘SELF PORTRAIT’, 또 광안리 바다를 무대로 실경연극 ‘모비딕’을 선보인 <예술은공유다> 팀은 단순히 공연 촬영 영상물이 아닌, 새로운 콘텐츠를 시도한다. 부산 문화계가 주목해야 할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예술활동은 단지 기존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새로운 영역이란 사실을 확인하게 해준다.

 

 

• 중·장기적 관점이 필요하다

  필자는 지난 10월 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문화정책 열린 포럼’에서 온라인 문화 활성화에 관해 세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영상 관련 기관 협업 체계 구축’ ‘문화예술 영상 콘텐츠 공유를 위한 통합 플랫폼 구축’ ‘예술인 대상 영상제작·유통 교육 시스템 구축’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가운데 ‘영상 관련 기관 협업 체계 구축’에 관해서는 지난 호 이슈페이퍼의 좌담회가 보여준 것처럼 생산적인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오늘 주제에 관해서는 나머지 두 가지 정책을 거듭 강조하고 싶다. 먼저 필자는 지원 선정 사업의 결과물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목요연하게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통합 플랫폼이 구축돼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여기에 있다. 말하자면 문화재단 지원을 받은 사업 결과물을 누구나 한 눈에 볼 수 있을 때, 사업 지원자들은 서로를 평가하고 자극 받으며 성장할 수 있다(더구나 시민들의 평가도 기다린다).


  통합 플랫폼은 이처럼 문화재단 관점에서는 아카이빙 차원에서 의미가 크고, 예술인 관점에서는 서로에게 도움이 되며, 시민 관점에서는 지역 예술 콘텐츠를 가깝게 만날 수 있다는 의미가 크다는 점에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 결과물의 질적 편차를 놓고 보면 ‘예술인 대상 영상제작·유통 교육 시스템’의 필요성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 시스템(가령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등)을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한편 부산음악협회가 시도하는 것처럼 예술 장르별로 특화된 영상제작·유통 교육 시스템을 구성, 발전시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예술 대중화와 예술 진흥을 함께 기대할 수 있고, 그와 동시에 새로운 에듀-테크 산업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지원 사업은 정부의 공연장 폐쇄 명령에 따라 촉발된 ‘궁여지책’으로 출발한 면이 있다. 하지만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은 현대사회의 변화에 따라, 앞으로 더 중요성이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이 점에서 정부와 부산시는 온라인미디어 예술활동을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원, 육성해주기를 바란다.


  현 단계는 지원·육성 단계다. 말하자면 아직은 실험과 도전을 거듭하며 도약의 계기를 모색하는 단계이지, 완성도 높은 완제품을 수확할 단계는 아니다. 영국예술위원회는 2012년부터 ‘디지털 문화 네트워크’를 구축해 예술인과 영상기술 인력의 협업을 지원 육성했고, 이제 그 결실을 거두기 시작했다. 한국의 경우, 세계적인 수준의 IT 환경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또 부산 지역은 다른 도시에 비해 영상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는 장점을 살리면, 차별화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한 가지. ‘아트 체인지 업’ 사업이 시급한 성격의 지원 사업이란 점을 고려할 때, 이 사업에 ‘자부담금’ 제도를 적용했다는 것은 분명 모순이다. 이제 효율성이 낮고, 불필요한 행정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는 자부담 제도는 폐지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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