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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소망] 예술가의 생존

발행일2021-2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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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생존

 

김경화 (원도심예술가협동조합 창 대표)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심각단계가 이어지던 2020년 9월 중순 부산 중구 40계단 테마거리에서는 모처럼 거리공연이 열렸다. 부산 원도심 문화회복프로젝트 ‘오픈 더 도어, 오픈 더 아트’라는 이름으로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이 주최하고 지역의 여러 문화예술 단체들이 연대하여 주관한 ‘2020년 신나는 예술여행’의 일환이었다. 국내 코로나19 상황으로 행사가 열리기까지의 우여곡절이야 이루 헤아리기 힘들정도였지만, 이전까지는 주변 직장인들의 평일 점심시간에 맞춰 수시로 열리던 다양한 버스킹 들이 모두 중단된 후 실로 오랜만이었고, 비록 ‘사회적 거리’를 두고 열린 공연이었지만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에 감격해마지 않았다. 어느 뮤지션의 잔잔한 노래가 다음곡으로 이어지기 전 자신을 나직이 소개하며, ‘사실 오늘이 올해의 첫 공연이며 너무나 무대가 그리웠노라’ 전했다. 가을로 접어든 9월에야 처음으로 무대에 서게 된 공연자의 심정을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갑자기 덮친 위기상황은 모두를 혼란에 빠트렸다. 공연장과 전시장은 폐쇄되고 축제와 강연, 아트페어, 비엔날레까지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되었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이 무색하게도 물리적인 이동은 오히려 제한되고, ‘사회적 거리두기’나 ‘비대면’이라는 낯선 단어들에 자신의 생각과 몸을 억지로라도 구겨넣어서 맞추어갈 수 있음을 증명해야 얼마간의 보조금이라도 받고, 그마저도 사업비 반납을 권유받는 일이 예사로 행해졌다. 사회적 안전망에 예술가들이 얼마나 배제되어 있었는지 여실히 드러나버렸다.

 

  매서운 추위속 광화문 광장에는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를 중심으로 예술가들의 ‘블랙리스트 국가 책임이행촉구 릴레이 1인 시위’가 석달째 이어지고 있다. 적폐청산 임무를 안고 출범한 현 정부의 제1호 국정과제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진상조사와 관련자 처벌 및 재발 방지와 문화행정체계 혁신이라는 약속은 허공을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관련 기관의 수장인 신임 문체부장관의 취임사에도 책임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다. 현재의 문화예술정책들과 블랙리스트 사건을 주도할 당시의 문화예술정책과 과연 그 뿌리가 달라졌다 할 수 있는가. 블랙리스트사건 당시 문체부는 문화예술민간단체 보조금TF를 통해 문화예술단체의 활동을 스크리닝하고 정치권력의 입맞대로 보조금을 배분한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것은 문화예술 분야에만 한정된 방식이었을까? 교육, 노동, 언론 등 전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행해졌음에도  문화예술로 축소하고 덮어버리고 있지는 않나. 블랙리스트사건의 피해예술가들을 위한 피해보상은 커녕 일부에서는 현 정권의 화이트리스트로 몰아가고 있는 믿기힘든 현실이다.


 
  표현의 자유와 예술노동권, 성평등 환경조성 등 세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 예술인복지법에서 정의한 예술인은 ‘예술활동을 업(業)으로 삼는 사람들’이다. 실제 예술인활동증명을 받기 위해서는 예술활동의 성격과 기간을 증명해내어야만 한다. 그러나 커뮤니티 아트(Community-based arts), 소셜아트(Social Art) 등으로 명명되는 예술을 통한 사회적 효과에 집중하는 예술활동유형의 변화들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뿐만 아니라 예술이 실연되고 발표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문화예술관련노동자, 기획자, 스태프 등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장르구분을 통한 예술활동증명방식은 예술노동권, 생존권과 부합되며 또 다른 예술인복지 사각지대를 만들 수 밖에 없다.

 

  현재의 위기는 각자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준다. 인간, 사회, 환경과 그 관계에 대한 질문, 사회위기와 변화에 대응하는 예술가의 자세와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질문 등등, 급격히 변화되고 있는 축에 어떻게 몸을 실어 균형을 다시 잡아낼 것인가의 질문들이 번져간다. 철석같이 믿어온 견고한 제도와 방법론들이 곳곳에서 무너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정체된 사회가 던지지 못하는 질문들을 언제나 예술은 던져왔고, 물질이나 결과 중심으로 향해가는 사회를 과정과 가치의 방향으로 돌리는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다.

 

  아마도 집단면역이 생기기 이전까지는 여전히 위축된 일상을 보내게 될 것같다. 아니 그 이후에도 이전으로는 되돌아갈 수는 없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이를 통해 우리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집, 가족, 지역을 재발견하게 되었고, 일상의 소중함이 간절히 다가오게 되었다고들 한다. 이는 위기이전 이미 여러 가지 예술적 실천을 통해 발견된 가치들에 이제야 귀를 기울이는 모양새다. ‘발전’이라는 신화를 떠받들고 사는 사회 곳곳에서 소통을 통한 연대를 실천해온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사회적 존중, 아니 생존권이라도 우선 보장되어지길 간절히 바래본다.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문화정책, 이슈페이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