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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부산 지역 문화예술 유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발행일2023-09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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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 문화예술 유통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김형종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연구본부 부연구의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유통을 ‘물품 따위가 생산자에서 소비자, 수요자에 도달하기까지 여러 단계에서 교환되고 분배되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문화예술에 대입하면 문화예술을 창작자에게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활동이 될 것이다. 사실 문화예술이라는 용어가 포괄하는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고 따라서 문화예술 유통에 포함될 수 있는 내용도 그만큼이나 다양하다. 하지만 지면의 제약 때문에 공연예술·미술 유통 관련 수치로 소략하게 얘기를 풀어나가려 한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과 관련하여 신뢰할 수 있는 통계나 데이터 대부분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도적으로 생산하거나 정리하고 있다.또한 공연예술 및 미술과 관련한 통계나 데이터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위탁하고 있다.본 글에서 사용한 자료는 인구 등의 일부 행정자료를 제외하면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공식적으로 배포한 자료의 수치를 사용하였다.


부산의 공연예술 및 미술 유통


 공연예술 유통의 경우 올해 처음으로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이 개최되는 만큼 서울아트마켓과의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다. 계획상으로 약 100여 편이 참가 예정이며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축제형 마켓’으로 기획된 행사이다.  하지만 행사의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배후지역의 공연예술 시장이 서울  대비 제한되어 있어, 그에 비례하여 참여 작품 및 관람객의 성장은 서울아트페어보다 상대적으로 더딜 수 있다. 본 글에서 ‘시장’(market)은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와 구분하여 사용하였다.따라서 행사의 안정 및 성장 촉진을 위해서 출품작과 관람객 모두 타 지역에서의 행사 참여를 적극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의 제시와 이벤트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023년 7월 서울과 부산에서 개막된 공연예술 작품은 각각 671편과 110편이다. 단순 비교 시 서울의 공연예술 개봉  작품은 약 6.1배에 달한다. 인구규모를 고려하여도 서울에서 더 많은 작품이 개봉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서울 및 부산의 자체 인구와 비교 시  인구 만명당 공연예술 작품 개봉은 약 0.712편, 0.332편, 각각의 배후지역인 경기도와 경상남도의 인구를 합산하여 비교하면 만명당 개봉작은 약 0.287편과 0.167편으로 나타났다. 단순 비교한 6.1배 수준은 아니더라도 동일한 인구당 서울에서 약 1.72-2.15배 많은 작품이 개봉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2023년 7월 서울과 부산의 공연장 수는 각각 1,073개와 162개로 약 6.6배 수준이다. 다른 지표들도 편차는 있으나 서울 시장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외국인 바이어의 직접 방문이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되었다는 점도 행사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요소다. 인천공항을 통해 대부분의 국가와 연결된 서울과 달리 부산의 국제선은 상당한 제약이 존재한다. 따라서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을 방문하려는 외국인 바이어는 인천공항에서 다시 부산까지 이동하는 불편함을 감수하여야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부산의 공연예술 유통이 서울보다 상당히 제약될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전체의 공연예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가덕도 신공항의 개항도 예정되어 있으며, 부울경 지역의 자체 인구도 상당한 만큼 앞으로 부산만의 독자적인 예술마켓이 성공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전체적인 시장의 규모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공연예술 시장에 비해 미술시장은 아트페어나 경매에 출품되는 작품에 따라서 규모의 등락이 심하다. 그러나 이제야 독자적인 예술마켓을 시작하는 공연예술 유통에 비해서, 미술유통에서 서울과 부산의 차이는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Kiaf’보다 10년이나 후발주자인 ‘아트 부산’이 서울 지역의 아트페어를 빠르게 따라잡아 규모의 측면에서는 매년 1-2위를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품 거래의 경우에는 창작자와 소비자가 서울에서 만나야하는 당위성이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부산 지역의 아트페어 선전도 계속될 수 있다고 본다. 아트 부산, BAMA 두 아트페어의 매출액을 우리나라 전체의 2022년 추정 매출액과 비교한다면 전체의 약 33%로 서울에 비하면 규모는 작으나 상당히 준수한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 가치의 불확실성과 바람직한 로컬 문화예술 유통의 발전 방향


 이처럼 부산의 문화예술 유통은 서울과 비교하여 수치상 열세에 놓여있기는 하지만 부산에게 주어진 외부적인 여건상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 배후지역의 인구 규모, 교통망 등에서 차이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공연예술 시장, 미술시장이라는 것이 상당부분 인위적인 개입과 함께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초창기 국립 공연예술 단체나 미술관 등이 어느 지역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었는지를 생각해보자. 또한 문화예술 투자 역시 규모의 측면에서 여전히 차이가 상당하다. 물론 그 개입 목적의 선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인위적인 개입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문화예술이 가치의 불확실성(uncertainty of value)이 큰 경험재(experiment good)이기 때문이다. Nelson, P. (1970). Information and consumer behavior.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78(2), 311-329.풀어서 설명하면, 문화예술은 소비자가 경험 이전에 그 가치를 모르기 때문에 명성(reputation)에 의존하는 소비를 하게 된다. 소위 말하는 작품을 보는 눈, 안목이 생길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생각해 보자.따라서 어떤 시설에서 누가 제작하고 출연하는지 등의 정보가 소비자에게 좋은 작품이라는 신호(signal)로 작용할 수 있다. 단, 신호를 제공하는 것이지 작품의 실제 가치와는 별개이다. 자연히 많은 투자를 받거나 먼저 출발한 지역이 유리한 구조가 형성된다. 문화예술 소비 경험이 없는 소비자가 명성을 선점한 서울의 단체, 예술가를 맹목적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려운 길임에도 불구하고, 역으로 후발주자의 한계를 극복하는 가장 원론적인 방법이 타 지역·단체를 압도하는 ‘명성’의 확보이다. 보통 로컬 문화예술 유통과 관련한 신문에서는 행사에 가장 많은 인원이 방문했거나 가장 많은 금액이 거래되었다는 기사로 점철된다. 필자는 이러한 기사들이 문제의 핵심을 빗겨가고 있다고 본다. 양적 성장은 우월한 조건을 구비한 서울과 비교하면 부산이 항상 불리한 상황이며, 따라서 부산의 문화예술 유통은 매출액·관람객의 일시적 증가보다는 예술가와 소비자의 지속적인 경험 향상과 더불어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논리적으로 명성 확보는 문화예술 유통의 양적 성장으로 이어지지만, 양적 성장은 명성 확보를 항상 담보하지 않는다.

 명성은 쉽게 쌓이지 않는 법이다. 부산에 가면 늘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고 항상 기쁨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 부산 문화예술 시장에서는 내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믿음의 형성은 부산의 문화예술 유통 발전을 위해서 금액으로 측정하는 양적 성장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물론 이러한 목표의 달성은 화폐로 측정한 양적 성장보다 오히려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행사에 참여한 예술가나 소비자의 평판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일회성 만족도 조사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본다. 두 지역을 모두 방문한 개인을 대상으로 타 지역과의 상대적인 만족도 측정과 같은 방안이 적절하다. 최근의 설문 분석 기법은 매우 발전하였기 때문에 단순 만족도 조사의 집계치 수준으로는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다. 장기적으로는 과학적인 분석 기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정교한 설문 설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성의 구축은 우수한 신예 예술가의 참여와 신규 소비자의 구매로 이어질 것이고, 행사의 내실 측면에서도 금액적인 부분에만 치중하는 양적 성장보다 바람직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부산의 문화예술 유통마켓에 상대적으로 더 참여하고 싶어 하기 시작한다면 이미 성공한 것이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올해 시월에 있을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며 글을 마친다.

부산지역 문화예술 유통, 문화예술 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