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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대학로가 아닌 해외로

발행일2023-12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대학로가 아닌 해외로

허 석 민
극단 따뜻한 사람 대표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과 극단 따뜻한 사람, 그리고 쇼케이스 준비 속에서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에 참여하기 위해 쇼케이스를 선보이기로 했지만, 막상 준비하면서 들었던 의문점은 과연 국제공연예술마켓이 극단 따뜻한 사람, 즉 우리와 관계가 있을까? 이었다. 연극 장르 안에서 우리 극단은 타 극단에 비해 연혁도 오래되지 않았고, 무엇보다 우리보다 뛰어난 극단이 많이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또한 마켓에 수많은 장르가 참여한다고 하니, 마치 뜬구름을 잡기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닐까? 국제공연예술마켓 프로그램 1개를 그냥 의미 없이 채우는 들러리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수 없이 들었다.
 쇼케이스를 준비하는 과정은 단순히 공연 쇼케이스를 준비하는 것과 달랐다. 해외 델리게이터들의대상으로 질의응답 및 번역 대본 등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쇼케이스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길었지만, 해외 델리게이터들을 위하여 영어로 되어있는 번역 완성 대본, 영상에 들어가는 자막의 완성도 확인, 그리고 영어로 적힌 소개서 등이 필요하다는 것은 쇼케이스 공연이 얼마 남지 않고 알게 되었다. 처음 국제공연예술마켓에 참여 하다 보니,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 정보들이 너무 없었다. 쇼케이스를 위한 준비과정 즉 셋업, 공연, 피칭 등 시간 및 일정들에 대한 정보는 끊임없이 전달을 받았다. 다만 아쉬운 건, 수 없이 공연해왔던 단체의 입장에서는 정보전달보다는 일정공유의 느낌이지 마켓을 참여하기 위한 새로운 어떤 정보를 전달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파급효과를 가지기 위해 준비해야할 자료들에 대해서는 마켓 참여경험이 없는 단체 입장에서는 정말 필요한 정보였고, 시간을 들여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미리 정보를 전달받고 준비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들었다.

 

해외 델리게이터와의 미팅

 쇼케이스 다음날 아침 일찍 전화한통이 걸려 왔다. 지금 당장 시민회관으로 미팅하러 올 수 있냐는
요청이었다. 어제 쇼케이스를 보고 루마니아 시비우 축제 쪽에서 미팅을 하고 싶다는 요청이었다. 전화를 받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기쁜 마음보다는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지? 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쇼케이스는 토요일날 진행되었고, 분명 해외 델리게이터와의 미팅은 월요일로 잡혀있었다. 근데 일요일인 오늘 만나자고 하니, 오늘 가볍게 만나고 월요일 날 정식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내일 미팅이 오늘로 변경된 것 인가? 알 수가 없었다. 전화를 받은 쪽에 문의를 해도 정확한 답변은 받지 못했다. 1번 만남을 가지냐, 2번 만남을 가지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런 수많은 물음표를 제치고 미팅을 진행했다. 전반적인 미팅 내용은 작품 이야기이었다. 우리의 작품을 굉장히 높게 평가해주었고, 팀 그대로 시비우 축제에 와서 공연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었다. 뜻하지 않은 성과였다. 나와 관계없다고 생각했던 공연예술마켓이, 순간 연극 파트 쪽에서는 제일 밀접한 관계가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미팅이 끝난 후 들었던 생각은 ‘나는 무엇을 어떻게 그 다음을 준비해야할까?’ 이었다. 미팅을 되짚어 보니, 실질적으로 시비우로 가기위해 필요한 질문들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역시 준비성 부족으로 연결되는 문제였다. 시비우 측이 딱 하나 명확하게 요구 했는데 번역대본과, 영어자막이 있는 공연 전체영상 이었다. 그것부터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역과의 싸움

 급한 마음에 밤새 번역을 진행한 대본을 루마니아 측에 전달하였다. 그 대본을 영국 런던 아이러브
스테이지 측에도 전달하였는데, 돌아온 피드백은 이렇게 번역하면 안 된다는 답변이었다. 직역의 느낌으로 전달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부산문화재단에서 공연예술마켓을 준비하면서 많은 것들을 지원해주었다. 그 중에 하나가 쇼케이스 공연 대사를 영상에 띄울 수 있게 영어 번역 지원을 해주는 것 이었다. 극중 “드디어 본색을 드러내는 구만.” 이라는 대사가 있는데 대사 중 ‘본색’ 이, ‘the color’ 로 번역 되어있었다. 그래서 쇼케이스 전날 밤을 새워 가면서 다시 번역을 단원과 진행하였다. 그렇듯 연극 대사를 번역하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그 의미를 또한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는 단어선택들이 굉장히 중요하다. 전문번역가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는 작업이다. 재단에서지원받은 쇼케이스 제작비보다 더 많은 돈을 사비로 감당해서 전문 번역가와 번역작업에 들어갔다. 루마니아 시비우 측이 우리 쪽에 관심이 식어 버리기 전에 전달해야 된다는 생각에 2주의 번역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대본 번역이 끝나면 영상자막 번역도 쉽다고 생각 했는데, 전혀 다른 문제였다. 배우
들의 대사와 입 모양 싱크를 맞추기 위해서 또 다시 단어들을 선택하고 의미를 축소하는 작업을 진행하여야 했다. 그렇게 또 2주가 흘렀다. 영어 번역을 진행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다른 장르도 물론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연극 파트 쪽은 마켓에 참여한 팀에게 꼭 번역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지원이 되면 쇼케이스 전에 번역 작업을 진행 할 수 있게 교부금을 미리 지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켓이 끝나고 번역이 진행된다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인 작업이기 때문이다. 마켓을 참여하는 부산 연극 단체, 청년 단체, 신규 단체 들이 꼭 필요한 경비를 지원받지 못하고 사비를 쓰면서 참여하는 현상이 반복되어,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에 부산단체들이 참여하는 것을 꺼려하게 된다면 얼마나 슬픈 현실인가?

 

대학로가 아닌 해외로

 부산 청년예술가, 연극연출가로 활동하고 있지만 마음속 한 곳에는 서울 대학로 진출이 늘 자리 잡
고 있었다. ‘대학로’에서 공연되어지고 있는 작품들이 부산 공연보다 뛰어나거나, 부산 보다 서울에서 연출가로 인정받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가 아니었다. 바로 파급력 때문이었다. 작품 또는 개인이 가질 수 있는 파급력! 그 파급력으로 극단이 자생할 수 있게 되고, 창작 및 예술활동을 끊임없이 이어 갈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부산에서 연극을 전공한 대학생들은 대부분 졸업을 하고 ‘대학로’로 큰 꿈을 가지고 떠난다. 꼭 예비예술인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극인들도 떠난다. 특히 젊은 연극인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젊은 연극인들은 부산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고 생각하며, 좋은 작품이 창작되거나, 실력 있는 배우로 인정받더라도, 파급력이 부산 지역이라는 한정적인 곳을 뛰어 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이 제1회 개최되면서 지역을 뛰어넘어, 서울 또는 전국이 아닌 해외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는 루트가 새로 열리게 되었다.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이라는 유통플랫폼을 잘 활용하여 굳이 서울이 아니더라도 많은 부산예술 단체들의 작품이 해외로, 그리고 해외에서 다시 국내의 각 지방으로 확장되는 파급력을 가지길 기대해본다.

연극, 대학로, 청년예술가,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