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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또따또가 10년,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창작공간의 미래

발행일2020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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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따또가 10년,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창작공간의 미래

이승욱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

지난해 말 원도심 창작공간 또따또가 운영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문화예술계에 논란이 불거졌다. 또따또가 운영에 대한 시의회 감사과정에서 예술가와 예술 활동에 대한 부적절한 언급이 나오면서 지역 예술인들의 우려와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 불필요한 논란을 걷어내면 결국 이 문제는 문화예술에 대한 공공지원의 정당성, 창작공간의 가치와 의미, 또따또가의 향후 발전방향 등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창작공간은 예술가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무료 혹은 실비로 거주할 수 있는 작업실을 제공하여 개인 혹은 공동 창작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창작공간은 199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형식으로 실험되기 시작했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운영한 팔각정 창작스튜디오,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논산 창작스튜디오 등 공공기관이 설립한 창작공간뿐만 아니라 쌈지스튜디오와 경안창작스튜디오 등 기업이 후원하는 창작공간, 대안공간 풀, 구산동 오픈스튜디오와 같이 대안공간이 주도하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시도됐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전국에 걸쳐 다양한 창작공간과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확산됐는데 초기에는 시각예술 중심의 창작공간이 주류를 이뤘지만 서울시의 홍은창작센터와 연희문학창작촌 등과 같이 공연예술과 문학 등 다양한 장르로 확대되고 있다.  

창작공간의 정책적 취지와 목표는 크게 두 가지 방향, ‘예술가들의 창작 및 교류 촉진’과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통한 지역문화예술 활동의 향상’으로 제시할 수 있다. 창작공간은 예술가들에게 창작공간을 제공하여 창작활동에 몰입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여건을 마련해주고 다수의 예술가들이 입주하여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업과정이나 새로운 작업의 성과를 오픈스튜디오나 다양한 리뷰행사를 통해 공개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새로운 예술적 체험과 소통의 기회를, 예술가들은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계기를 가지게 되어 지역사회의 문화예술 활동을 증진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러한 창작공간의 활동은 공연이나 전시라는 형식을 통해 결과물만 보여주는 기존 문화공간, 공연장이나 미술관의 전통적인 패러다임을 넘어 안정적인 창작환경의 제공, 예술가들 사이의 다양한 교류의 촉진, 예술가와 시민들의 교감을 통해 ‘과정으로서 문화예술 활동’을 증진하고 건강한 예술생태계의 형성을 지향한다.

 
또따또가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문화예술을 통해 쇠퇴하는 부산 원도심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 지역 내 유휴상가를 활용하여 2010년부터 시작된 사업이다. 초기 18개소 35개 작업실로 시작한 또따또가는 현재 26개소 80실 규모로 확대되었으며 개인 또는 단체를 포함해서 현재 200여명 넘는 작가들이 입주하여 활동하고 있다. 3년 주기로 새로 입주작가를 모집하는데 입주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자비로 작업실을 마련하여 이 지역에 정착한 작가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19년부터 또따또가 출신의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원도심예술가협동조합 창’에서 직접 또따또가의 운영을 맡고 있다. 정주 예술가들의 증가와 자발적인 네트워크 형성은 입주기간 이후에는 흩어져 그 성과가 단절되는 다른 창작공간과 달리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있는 또따또가의 생명력과 지속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또따또가는 지역사회와 밀접한 소통과 연계라는 측면에서 다른 창작공간과 구별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미 지역문화 증진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아 지역문화브랜드 대상, 멕시코 국제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 또따또가에 입주한 많은 작가들도 다양한 장르와 분야의 예술가들과 폭넓은 교류와 협업, 원도심의 독특한 정체성과 아우라가 자신들의 작업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언급한다. 최근 창작공간과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전국으로 확산되고 제도화되면서 초기의 활력을 잃고 주기적으로 입주 작가를 모집하고 형식적으로 결과를 보고하는 행정적인 절차만 남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지역사회에 뿌리내리고 활발하게 소통하는 문화예술 실천에서 창작공간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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