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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울경과 바다, 그리고 기후위기

발행일2022-10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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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과 바다, 그리고 기후위기

 

모상미(모이다아트협동조합 이사장)

 

○ 피부로 느끼는 기후위기
   매년 전 세계적으로 기후재난의 발생 빈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당장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2020년에 찾아온 집중호우, 2021년의 10월 한파주의보, 2022년 8월의 기록적 폭우와 9월의 ‘힌남노’등 해마다 더 강하게 찾아오는 기후 위기 소식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재난 영화를 방불케 하는 장면들은 현실이 되고 있으며, 이미 마지노선에 가까워진 지구의 온도와 이로 인한 가뭄, 홍수, 혹한 등 영향으로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상태로 지구 평균기온이 1도만 더 상승해도 남북극의 빙하들이 녹아 해수면의 상승으로 세계 주요 대도시들이 상당수 바닷속으로 잠길 것으로 예상한다. 
   지구는 본래 예전부터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면서 지속해서 기후가 바뀌는 과정을 겪어 왔지만, 오늘날의 기후 변화를 단순한 자연 현상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대부분 많은 나라에서 배출한 온실 기체로 인해 지구 전체 기온이 비상적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지금의 기후 위기는 지구도, 우리 다음 후손의 문제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를 겨누고 있다. 빙하가 녹아 살 곳을 잃은 북극곰, 이상 가뭄으로 농사를 망친 아프리카 농부의 이야기부터, 우리나라의 폭우까지 한 지역의 기후 위기 피해가 돌고 돌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도미노와 같다. 이산화탄소 배출, 쓰레기  발생 등 이러한 모든 일들로 인해 피해를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 사람도 모두 우리이자 나 자신이다. 기후위기 문제를 타인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실천해야 할 때인 것이다. 

 

○ 예술로 바라보는 기후위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은 전방위적으로 환경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일상에서 삶의 양식이나 사회 구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에 대해 전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는 못하다. 이에 따라 기후 문제와 관련된 위기 의식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연, 전시 등의 예술활동을 하고 있는 예술가들이 있다. 관람객들이 기후위기와 관련된 예술 작품을 감상하고 체험하도록 함으써, 일상에서 사소한 행동 변화의 시작을 촉구하는 시도인 것이다.
   예컨대 기후 행동 변화를 촉구하는 환경 주제 전시 ‘EARTH MOOD’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 문제를 고려한 다양한 방안들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현시점에서, 지구와 인류의 관계를 고민하는 전시이다. 작품들은 ‘맑음?흐림?슬픔’ 세 가지 범주를 유연하게 넘나들면서 작가들의 다양한 관점을 통해 관람객과 상호 작용을 유도하고, 환경을 탐구하는 일을 통해 정서적 깨달음을 예술로 얻을 수 있도록 한다. 이승규 작곡가는 음악가로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일회용품 쓰레기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기후위기와 관련해 인간이 해왔던 불편한 진실들을 알게 됐고, 이후 음악과 접목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으로 인해 생존의 위기를 겪는 동물을 주제로 한 피아노 모음곡 ‘잃어버린 동물의 사육제도’, 버려진 농약 분무기를 재활용해 만든 첼로로 연주하는 유니크 첼로 콰르텟 첼로 4중주단 창단을 통해 전문 연주자들이 재활용 악기로 환경 보호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 바다를 중심으로 기후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부울경
   ‘부·울·경’. 무엇이 이 세 지역을 하나로 묶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일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세 지역의 역사적?문화적 환경을 살펴보자. 울산 반구대 암각화, 부산 동삼동 패총, 암남동, 영선동, 다대포 패총과 울산 신암리, 경남 진해 안골포, 통영 연대도 등에 산재한 패총과 수많은 선사유적이 존재한다. 모두 바다를 중심으로 한 유적들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예부터 부울경이 바다를 통해 초광역권을 형성하며 해양문화와 관련된 동질성을 지녀왔음을 알 수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부울경 지역은 교통, 관광, 쓰레기나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오염 문제 등에 대해 행정구역을 넘어서서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바다라는 공통적인 특성과, 삼국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행정구역이었던 역사·문화적 동질성을 지닌 부산, 울산, 경남 이 세 지역이 하나 되어 미래를 모색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문화예술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2021년에는 동남권의 문화예술 협력을 위한 부울경 광역문화재단협의회가 출범을 하였고 부울경의 고유문화자산 및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 확산, 문화 인프라 확대, 네트워크 강화 및 공동사업 개발 등을 통해 다양한 협업과 모색을 이어가고 있다. 부울경 세 지역의 고유한 문화를 발굴하고 그 가치를 확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기초 생활권 단위의 문화적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을 견지하며 부산에서만 진행했던 ‘2021 비치코밍 프로젝트’* 부산문화재단 사업으로, 생활문화 가치확산 캠페인으로 부산, 울산, 경남 생활문화 동아리와 시민들이 해양 쓰레기를 줍는 ‘비치코밍’을 통해 환경문제를 일상으로 끌어들여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전개하는 프로젝트를 이어, 올해에는 ‘부울경 비치코밍 투게더’로 명명하고 부산?울산?경남으로 범위를 넓혀 진행했다. 부울경 시민들이 함께 바다와 문화예술을 매개로 기후환경에 대한 이슈에 개입하는 예술적인 시도였다. 부울경 시민들과 생활문화 동아리의 역량을 모아 총체적 대응 및 범지구적 노력에 적극 참여하였고, 부울경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 문화예술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였다.

 

(왼)간절곶 비치코밍 / (오)비치코밍 후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

 

  공공기관 외에도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개인이 추진한 프로젝트도 살펴볼 수 있다. 부산의 한 시민은 매일 아침 청사포와 동네를 돌며 비치코밍과 줍깅(줍다+플로깅의 합성어)을 시작해 다른 사람들에게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 변화와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기후위기 대응을 소개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한 분은 100명과 함께 광안리 바닷가에서 주운 쓰레기를 이용하여 전시를 한 사례도 있었다. 이러듯 개인의 작은 움직임들도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게 되고,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 변화의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만든다. 다음 지면들을 차지할 원고들을 통해서도 부산, 울산, 경남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와 활동가들의 예술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 사례들을 통해서도 이러한 관점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치며 이 말을 덧붙이고 싶다. 바다가 주는 힘, 그것은 ‘행복’이다. 무엇이든 포용해 주려는 아름다운 바다를 앞으로도 우리는 지키고 가꿔 나가야 할 것이다.

 

* 2021 비치코밍 프로젝트 : 부산문화재단 사업으로, 생활문화 가치확산 캠페인으로 부산, 울산, 경남 생활문화 동아리와 시민들이 해양 쓰레기를 줍는 ‘비치코밍’을 통해 환경문제를 일상으로 끌어들여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전개하는 프로젝트

부울경, 문화공동체, 기후위기, 기후정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