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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역 청년이 바라본 청년문제

발행일2022-12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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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청년이 바라본 청년문제

 

최정원(청춘연구소 컬처플러스 대표)

 

#지방분권과 자치
  지방분권과 자치를 이야기 해 온 것이 어언 30년이 되어가고 있다. 분권의 핵심인 재정과 행정의 독립은 아직까지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서울에 대항하는 지역의 대응으로서 권역별 행정통합을 이야기 해왔지만 권역별 메가시티 계획은 논의 단계에서 그쳤다. 인구소멸, 지역균형발전을 이야기하며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였으나 원도심 공동화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오히려 지역과 지역 간의 갈등 요소가 첨예하게 대립한다. 신공항 이슈는 아직도 뜨거운 감자다.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의 갤러리 유치권도 문화분권의 도마에 올랐다.
  분권은 크게는 수도권과 지역, 작게는 지역 간의 경쟁으로 변질되는 양상이다. 분권의 본질은 지역 간의 편 가르기 또는 경쟁에 있는가? 우리는 정치적 명분과 정책적 실효성만을 따지고 있지 구체적으로 분권이 가져올 미래상을 그려보지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담론을 형성하기도 전에 법제화, 제도화하기에 급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분권의 실익과 명분이 단순히 수도권을 상대로 한 지역의 대응전략 중 하나라는 좁은 시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청년들이 느끼기에는 덩치 큰 지역 정도에 불과하지 않을까?

 

#지역 청년이 생각하는 지역의 청년문제
  지역의 청년들이 느끼는 지역의 가장 큰 청년문제는 무엇인가? 근 10여년 간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이나 세미나, 워크숍 등을 가면 매번 나오는 이야기가 ‘없어요’, ‘부족해요’ 라는 이야기들이다. 비교 대상은 당연히 수도권이다. 수도권에 비해 부족하거나 부재한 것들을 이야기한다. 대표적으로 나오는 단골메뉴는 일자리와 문화다. 그렇다면 청년은 수도권과 지방의 문화적 차이를 무엇으로부터 느끼는 것일까?
  2019년 부산에서 청년들이 많이 오가는 젊음의 거리 서면에 삼정타워가 개관하였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그 건물에 무언가 들어가는 족족 실패하여 점포 임대가 나오기 일쑤였는데 1층의 쉑쉑버거를 기점으로 층마다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하면서 청년들의 취향을 선점하였다. 개관일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들이 삼정타워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핵심은 바로 다양성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을 담은 다양한 브랜드는 어떤 사람들이 오든 만족을 선사한다. 
  서면 외곽의 인접지 전포의 골목거리에는 다양한 카페와 편집샵들이 들어섰다. 폐업한 철물점과 공구상가들의 빈자리를 하나둘 매워갔다. 초창기 사람들이 발걸음이 전혀 없던 곳에 지금은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임대료가 싼 곳을 찾아 건너편 사잇길까지 확장되었다. 그곳에는 힙한 청년들의 복장과 개성있는 가게들을 경험할 수 있다. 2017년에는 뉴욕타임스 ‘올해의 세계여행지 52곳’ 중 한곳으로 한국에서 유일하게 전포카페거리를 선정하였다. 전포 카페거리가 수평적 다양성이라면 삼정타워는 수직적 다양성을 담았다.
  삼정타워와 전포카페거리를 보면 서울이 생각난다. ‘서울에는 다 있어요!’ 의 ‘다’는 청년들의 다양한 니즈를 다각도로 만족시켜 줄만큼 다양성과 개성이 넘쳐나는 도시라는 말이다. 다양한 색이 각각 담길 수 있는 팔레트 같이 철저하게 자기 고유의 색으로 존재하지만 모여 있을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그렇게 도시는 섞이지 않은 채로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이 되었을 때 청년들은 그것에서 매력을 느낀다. 지역을 대표하는 특징은 없지만 하나 하나가 모두 개성 있는 곳, 없는 게 없을 정도로 다양한 도시, 모든 것이 허용되는 도시라는 이미지는 각박한 도시에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오히려 ‘자유’를 부여해 준다. 삼정타워와 전포카페거리는 ‘부산안의 서울, 지역안의 수도권’ 같은 문화다양성이 자리잡았다.

 

#개성과 다양성에 정책 초점 맞추기
  수도권이라는 도시의 차별성은 단순히 도시의 인프라에서 오는걸까? 오히려 다양한 개성들이 모여 지금의 차별성을 만들었다. 문화의 융성은 자유로운 도시의 분위기, 수용성 높은 도시의 이미지로부터 시작되었다. 청년정책의 방향성은 여기에 있다. 수용성 높은 도시, 청년의 개성과 다양성을 지원하는 개방적인 청년정책 말이다. 서울의 인구 절반은 서울 원주민이 아닌 타지역 사람들이다. 서로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 교류를 통해 발전해 온 것이다. 지금의 지역정책은 그런 면에서 굉장히 폐쇄적이다. 지방소멸, 인구유출에 대응해 타지역 청년들이 자신들의 지역에 정착하는 것을 돕는 거주정책 같은 것들이 생겨나고, 관계인구에 착안하여 ‘살아보기’ 정책도 생겨났다. 최근 대구에서는 탈향하고 다시 돌아온 귀향청년들을 지원하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부산에서는 리모트워크라는 정책이 타 지역 소재 청년들 중 부산에 근무지가 있는 청년들에게 거주비를 지원해주는 정책도 시행중이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모두 정책의 방향성이 거주민 인구수를 늘리는 데 있다. 정책의 명분상 필요해 보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지역 간 인구 경쟁을 촉발할 뿐이다. 왜냐하면 유입인구가 수도권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인근 지방도시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경남 통영에 있을 때 서울로부터 재미있는 정책 하나를 접하게 되었다. 서울 청년과 지역 청년이 서로 컨소시엄하여 지식, 문화, 기술을 교류하여 해당 지역을 활성화하는데 서울 청년들이 함께 기여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중앙 부처 사업이 아닌 지역이 지역의 예산으로 다른 지역을 지원한다는 것이 정책적 명분으로서 어떻게 가능한가? 당시 서울은 인구 3분의 1이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지역이 겪는 어려움에 책임을 느끼고 문제해결에 동참하기 위한 작은 시도라고 하였다. 그 시도를 지역 간 민간 교류를 통해 풀려고 했다는 것은 새로운 행정적 발상이다. 
 서울은 지역과 달리 높은 인구 밀도로 인해 시민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었다. 청년들에게 서울생활이란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삶일 수밖에 없었고, 한정된 도시 공간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은 가혹한 생활을 버텨내야 했다. 그 해결점은 오히려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고 지역으로 인구가 분산되는 데 있다는 것을 알았고 수도권이 독점하고 있는 지식과 경험, 기술을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지역으로 이전하려는 최초의 작은 시도라고 생각되었다. 행정이 민간을 지원해 민간 차원에서 서로의 지역문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해 보려는 움직임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당사자인 청년들의 참여와 교류였기에 더욱 큰 의미가 있다. 

 

#넓은 시야로 청년문제 바라보기
  청년문제가 단순히 청년세대의 문제만이 아니듯 지역의 문제는 그 지역 자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얽히고 설킨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숙제인 것이다. 지역 간의 협력이 필요한 이유는 그 실타래가 한 지역에 묶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재미있지 않은가? 우리 지역의 청년유출 문제가 서울과 수도권에는 또 다른 지역문제를 낳고 있다는 것 말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지역의 청년유출을 막는 것은 우리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아지는 지역의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기도 하다. 
  2014년도에 처음 청년문화 활동을 시작했을 무렵 여러 지역에서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 교류하기 위해 전국을 다녔다. 교류를 통해 얻었던 경험과 지식, 영감으로 부산에서 다양한 시도들을 이어갔다. 그 축적된 경험으로 통영에서도 2년간 활동하며 가진 경험들을 나눴다. 울산청년센터의 다양한 청년정책 사업의 심사와 자문을 맡아 울산청년들의 다양한 시도에 힘을 보탰다. 울산청년들의 문화적 시도에 많은 부분 부산을 오가며 참고하고 있다는 것도 그 때 알았다. 아직도 페이스북과 인스타에서 그 때 교류했던 다양한 청년들의 시도를 참고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교류가 줄어들었을 때도 지역 간 이어진 네트워크 자원은 지역의 한계뿐만아니라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정보를 제공했다. 교류는 지역이 가진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보들을 접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되었다. 
  지역의 청년문제를 풀어가는 방향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청년정책들은 지역 간 협력을 담보하기 보다는 오히려 경쟁을 유발한다. 청년들을 지역 안에 가두기 위해 열심히 울타리를 치는 정책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배울 수 있도록 열린 정책들이 필요하다. 부울경의 협력적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자체가 정책의 장소적 한계를 돌파할 필요가 있다. 여태껏 지자체의 정책은 해당 지역 내에서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교류를 위해서는 장소적 제한을 부울경 전체로 넓히는 시도가 필요하다. 또한, 일반적으로 중앙 부처에 전국 또는 권역을 대상으로 한 정책지원들이 있었다면 부울경이 협력한 권역 내 청년정책들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는 메가시티 논의나 문화분권과 관련된 논의가 행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오히려 이러한 교류의 주체들을 청년 당사자와 민간으로 옮겨 더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가 자유롭게 교류하는 장을 열도록 지원하고 이를 통해 발전할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지금은 행정중심, 행정 의존적 담론들이 형성될 수밖에 없고, 더 다양한 목소리를 담는 데 한계가 있다. 오히려 그런 지역담론과 교류를 민간에서 시도할 수 있도록 정책사업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 짜여진 판을 벗어나 지역을 새롭게 할 논의들과 소외된 목소리를 담는 기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부울경 간 지역 협력으로 ‘다양성의 한계’ 극복하기
  부울경의 협력은 지역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의 한계’를 극복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부울경이란 지역 협력이 단순히 덩치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수용력을 넓히는 시도여야 한다. 또한, 조금 더 열린 태도와 넓은 시야를 가진다면 향후 부울경이라는 권역과 다른 지역 또는 권역과 권역의 교류가 활성화 하는데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다양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지역간 협력사업들도 시도해 볼 수 있다. 교류와 협력속에서 청년들의 시도는 다양성을 갖출 수 있다. 지역이 수도권을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만의 다양성을 갖추고, 도시의 수용력을 키울 때 청년문화, 청년예술인들은 자신을 수용해 줄 지역과 역할을 찾아갈 수 있다. 
  원고를 퇴고하는 과정에서도 작금의 청년문제를 분석하거나 지역의 한계를 정의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동안의 경험들을 통해 청년정책의 방향, 청년문화와 지역예술의 발전이 어디로 가야지만 부울경 문화분권과 자치가 의미를 얻을 수 있는지, 청년들의 참여를 활성화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보았다. 물론 부족한 견해일 수도, 한 사람의 단순한 주장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래서 다양한 청년 중 한 명으로서 글을 쓰고자 노력하였다.
  끝으로 지역의 한 청년으로서 또 다른 청년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결국에 이런 부분들은 방향이나 방법을 제시해 줄 뿐이지 실제로 그것을 실현하는 것은 청년들의 의지이다. 지역을 바꿔가고자 하는 의지 나아가 지역이 청년들로 인해, 나로 인해 조금씩 바뀔 수 있을 것이란 믿음과 실천이 분권과 자치의 핵심이며 원동력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청년들이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개척해 나갔으면 한다. 결국 미래는 청년들의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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