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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문화예술교육의 공공성

발행일2023-06 발행처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문화예술교육의 
공공성

이 지 훈
필로아트랩 대표


올해 1월 중앙정부와 부산시는 「제2차 문화예술교육 종합계획(2023-2027)」을 확정, 발표했다. 지난 2018년 1월 ‘제1차 계획’이 나온 뒤 5년 만에 나온 것이다. 이 5년 동안 우리는 많은 일을 겪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재난’을 들 수 있다. 국내의 경우 ‘우울 위험군’이 늘어나고, ‘자살생각률’도 높아졌다. 말하자면 시민들의 우울감이 커지고, 정신건강이 나빠졌다는 말이다. 또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부작용으로 ‘사회적 고립감’이 깊어지고, ‘대인 신뢰도’가 떨어졌다. 독일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의 말처럼 신뢰(Trust)는 사회를 떠받치는 바탕이고 중심이다. 이때 ‘대인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말은 곧 사회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의미다. 


이 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심리적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가치, 또는 「공공성」을 생각하는 첫째 이유는 여기에 있을 듯하다. 말하자면 문화예술의 의미가 이처럼 개인 차원에서 사회 차원으로 확장되었으니 문화예술교육의 패러다임도 변해야 하고, 그 방향성은 무엇보다도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가치 또는 공공성과 연결된다는 말이다.


문화예술교육의 공공성

이 같은 개념은 중앙정부와 부산시가 발표한 ‘제2차 계획’에도 포함되어 있고, 또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사회가 문화예술교육에 주목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오늘날 문화예술교육이 그 자체로 「사회성을 익히는 과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예로 들어보자. 모든 학교가 ‘집단 따돌림’이 없는 학교를 지향한다. 그런데 이 목표를 위한 계획을 물으면 과거에는 ‘모두 사이좋게 지내도록’ ‘한마음이 되도록’ ‘인성 교육에 힘써 정서가 메마르지 않도록’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기를 수 있도록’…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오늘날 현실은 다르다. 어떤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라는 말을 ‘압력’으로 느낀다. 또 어떤 아이는 자신의 사교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자책’하며 열등감, 패배감을 느낀다. 그런 한편 확실한 이유도 없이 ‘이 아이와는 절대 어울릴 수 없어’ 하는 아이도 있다.

문화예술교육은 이때 ‘부드러운 매개’가 될 수 있다. 「참여, 포용성, 접근성」을 지닌 문화예술교육은 거기에 참여하고, 함께 체험?향유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인이 되기 위한 기초 능력을 기르는 곳」이 될 수 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각?체험의 질’(=퀄리아, qualia)을 친구와 공유할 때 ‘공통 감각’이 빚어지고, 이것이 적어도 마이크로(micro) 수준에서 공동체의 기반이 된다. 이때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프랑수아 마타라소의 말처럼, 새로운 친구를 얻는 사회적 교류와 공동체 (재)구성의 발판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가치 또는 공공성을 생각할 수 있다. 또 사회문화예술교육과 학교문화예술교육의 이분법적 경계를 넘어, 그야말로 ‘종합계획’을 세우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지역 거버넌스 구축
그런 한편 문화예술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려면 「지역 역량 강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020년 부산 북구에서 ‘꿈꾸는 예술터’ 건립이 무산된 사건은 부산 차원의 문제와 과제를 드러낸 사례다. 정말 소통이 문제였다면, ‘문제해결’의 지역 거버넌스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문화예술교육 정책 협력체계가 없었다는 의미다.
이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자.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려면, 다시 말해 지역 주민들이바라는 문화예술교육을 실현하려면, 단지 중앙정부에서 나눠주는 예산만 바라보는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역 스스로 지역에 중요한 의제, 즉 지역 주민 상당수가 동의할 만한 의제를 찾아내고, 전용 시설을 마련하며, 좋은 프로그램과 인력을 발굴, 육성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교육청과 학부모를 포함한 학교에서나 사회에서나 문화예술교육은 개인의 취미나 여가 활동을 위한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 기초 단위 생활문화센터에도 이처럼 개인 차원(감정 회복, 자기 계발)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의 비중이 여전히 대다수를 차지한다. 지역 문화예술교육에서 공공성이라는 가치를 확산하는 방법론이 필요한 이유다. 

이 관점에서 부산시 ‘제2차 계획’은 ‘문화예술교육 종합아카데미’를 제안하고, 또 “오랜 경험이 있는 마을활동가 혹은 마을 교사를 일정한 교육과정을 통해 문화예술교육강사로 인정해주는 주민활동가 문화예술교육강사 양성” 과정을 제안한다. 지역 공동체 감각의 회복이란 면에서 바람직하다. 다만 여기에는 넓은 의미에서 지역 정치의 협력이 필요하다. 문화정책 결정 구조의 협력체계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또 인턴십에 관해 부산시 ‘제2차 계획’은 “고등학생·대학생·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후속 세대 문화예술교육사 양성 인턴십 및 서포터즈 제도”를 덧붙였는데, 이 제도의 의미를 좀 더 강조하면 좋을 듯하다. ‘ 사회적경제’와 창업지원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리고 부산시 ‘제2차 계획’은 ‘홍보 다각화’ 추진과제에서 지역 문화예술교육 자원(인력, 공간) 데이터 축적, 아카이빙과 온라인 플랫폼 연계를 제안한다. 물론 아카이빙의 실효성이 의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카이빙은 지역 공동체가 과거의 좋은 기획, 프로그램을 되새기고, 스스로 새 의제를 발굴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잘 살릴 필요가 있다. 아카이빙의 온라인 연계와 함께 오프라인 연계를 생각해보면 어떨까 한다. 자료 보관뿐 아니라 자료의 상설 전시, 기획 전시도 진행하는 물리적 공간을 말한다. ‘광역 단위 문화예술교육 거점 공간’ 조성과 함께 고민해도 좋을 것 같다.

 


생활권 문화공간
끝으로 부산시 ‘제2차 계획’은 ‘문화예술교육의 가치 및 공감대 확산’ 추진과제에서 사회적 의제와 연계를 두드러지게 강조한다. 중앙정부와 지역자치단체를 통틀어 기존의 계획은 주로 ‘행정?기관 통합’ 프로그램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하지만 이번 부산시 계획은 사회적 의제를 중심으로 통합과 확산을 계획한다. 앞서 말한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가치 또는 공공성 개념과 이어지는 것이다. 참신하고 혁신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사회적 의제에 맞춰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구성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학교도, 사회도 사회적 의제에 관해서는 ‘동질적 공동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어떤 것이 ‘좋다 / 나쁘다’ ‘아름답다 / 추하다’에 관한 공통 감각이 희박해졌다. 또 사회적 의제의 성격에 따라 ‘공식 문화기반시설’이 다루기 어려운 주제도 있을 것 같다.이 점에서 ‘비공식 문화기반시설’ (informal cultural infrastructure)과 연계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부산지역 ‘비공식 문화기반시설’로는 ‘생활권 문화공간’을 들 수 있다. 생활권 문화공간은 참여도, 포용성, 접근성을 고루 갖췄다. 미국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의 말처럼 ‘학교, 가정, 직장’을 보완하는 ‘제3의공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부산지역에는 동네 서점, 작은 갤러리 또는 복합문화공간, 소공연장, 소극장 같은 소규모 ‘민간 문화공간’, 곧 「비공식 문화공간」 이 상대적으로 풍부하다. 2020년 1월 기준, 총 82개의 공연장, 갤러리 127개, 서점 202개가 있다. 공연장의 경우 공공 운영 공연장은 39개이고, 민간 운영 공연장은 43개다. 공연장 과반수가 민간 ‘비공식 공간’인 셈이다.2 이처럼 여러 영역과 세대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이 과정이 곧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공공성을 실현하는 통합과 확산의 과정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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