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었다. 고등학생일 때, 너무 더워서 휴교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더위에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처음으로 생각했었다. 그 더위를 무색하게 한 것은 첫 번째 임신으로 배가 남산만 하던, 1994년 여름이었다. 에어컨이 필요 없는 시원한 집이었는데, 시어머니와 바람이 지나는 거실에 나란히 누워서 숨만 쉬던 풍경이 떠오른다. 올해, 다시 무더웠던 여름에 대한 기억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뜨겁고 긴 여름밤이 있었던가. 언젠가, 내가 수필집을 내던 그 해에 얼마나 더웠던지…. 하면서 이 여름을 기억하리라.
여름 내내 원고를 읽고 수정하면서 무더위를 보냈다. 시원한 소나기가 내릴 즈음에 세상에 보내려고 했는데, 예상보다 늦어졌다. 귀뚜리가 가을을 알리러 서둘러 온 이때, 글을 세상에 보낼 수 있어 나는, 기쁘다. 이 글의 여정이 누군가의 작은 여유와 즐거움으로 이어지기를 빈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행복하기를 바라며,
2024년 가을 초입에 해운대 장산 중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