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동일한 물리적 시간을 살아가지만, 삶의 밀도와 감각, 각자가 견뎌내고 축적해온 경험의 층위 속에서 시간은 결코 동일하게 흐르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시간은 빠르게 소모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오래 머물며, 반복과 지연 속에서 천천히 형태를 만들어낸다.
리프로젝트의 기획전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지 않는다》는 동시대 예술가의 삶으로부터 비롯되는 재료의 물성과 작업 방식 안에서 발생하는 시간성에 주목한다. 저마다 경험하는 시간의 속도가 다르듯이 하나의 기준으로 환원될 수 없는 삶의 속도, 그리고 그 안에서 형성되는 서로 다른 감각의 차이를 탐색한다. 조재임과 안소영의 작업은 시간을 담고 풀어내는 흥미로운 작업 과정으로 이러한 감각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전통 재료가 갖고 있는 특수한 성질, 그 자체만으로 시간을 다루는 하나의 방식처럼 읽힐 수 있다. 작가들의 작업은 빠른 생산과 소비의 흐름과는 다른 긴 호흡 속에서 이루어지며, 연속적인 손의 움직임으로 수많은 층위의 시간이 포개지고, 건조와 기다림, 미세한 오차와 지연과 같은 순간들이 모여 틈새와 사이를 만들어내며 마침내 하나의 형상을 이룬다. 수많은 반복과 축적의 과정은 작업 안에 고유한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는 수행적 태도로 이어진다.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지 않는다》라는 제목은 얼핏 서로 다른 시간 속에 놓인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오히려 그보다는 모두가 물리적으로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고 쉽게 믿어왔지만, 실은 저마다 다른 시간의 감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바라보는 일에 가깝다. 미세한 차이를 응시하고 인정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완전히 동일할 수 없는 존재들로서 같은 세계 안에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렇듯 서로 다른 시간의 감각과 리듬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들 사이의 관계와 연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작품을 따라 천천히 머무르고 바라보는 동안, 일률적인 시간의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 각기 다른 속도로 존재하는 시간의 결을 마주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