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조소프라노 박소연의 이번 독창회 《여자의 일생》은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의 소설 『여자의 일생(Une vie)』에서 출발한다.
사랑과 행복으로 가득한 삶을 꿈꾸었던 소설 속 여인 잔느. 그러나 결혼과 배신, 상실을 지나며 그녀가 마주한 삶은 꿈꾸었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다.
“만약 잔느에게 또 다른 삶이 있었다면,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이번 공연은 이 질문에서 시작해 서로 다른 여성의 삶을 음악으로 펼쳐 보인다.
1부에서는 슈만의 연가곡 《여인의 사랑과 생애(Frauenliebe und -leben)》를 통해 한 여인이 사랑을 만나고,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시간을 따라간다. 사랑의 설렘과 기쁨, 행복에 대한 기대, 그리고 예기치 않은 상실까지 이어지는 여덟 곡은 잔느가 어쩌면 꿈꾸었을지도 모를 평범한 행복의 모습을 비춘다.
이어지는 한국가곡에서는 그 시선을 우리에게로 가져온다. 기다림과 그리움, 슬픔과 체념, 그리고 다시 살아가는 의지까지, 우리 노래 속에 오래도록 담겨온 여성들의 정서를 통해 시대와 장소를 넘어 반복되어 온 삶의 감정을 만난다.
2부에서는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으로 전혀 다른 여인의 삶을 마주한다. 누군가가 정해준 삶이 아니라 자신의 사랑과 자유를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의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던 카르멘. 그녀의 삶은 1부의 여인들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사랑하면 행복할까.
자유롭게 살면 행복할까.
우리가 선택한 삶은 과연 우리가 바라던 모습으로 완성될까.
《여자의 일생》은 어느 한쪽의 삶이 더 옳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랑과 헌신, 기다림과 상실, 자유와 선택이라는 서로 다른 삶의 모습을 음악 속에 나란히 놓아볼 뿐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는 여성의 삶이 지닌 아름다움과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된다.
50세를 지나며 자신의 삶 역시 다시 바라보게 된 메조소프라노 박소연은 이번 무대에서 단순히 여러 작품을 노래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오랫동안 성악가이자 오페라 번역가, 공연기획자로 활동하며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문학과 음악을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한다.
모파상의 잔느에서 슈만의 여인으로, 한국 여성들의 노래를 지나 자유로운 카르멘에 이르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