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제(정제운)는 아이의 자유롭고 정직한 시선을 매개로 동시대 현대인이 마주한 정체성의 혼란과 사회적 현상, 그리고 나아가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조각과 평면회화로 탐구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초기에는 개를 주제로 인간의 삶을 대입하는 작업을 진행했으나, 조카의 탄생을 계기로 어린아이의 눈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작가는 시스템 속에 순응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풍자하면서도 비판에 매몰되기보다 자신만의 명료한 중간자적 입장을 취한다. 화면과 조각에 새겨진 자유로운 드로잉과 텍스트는 현실적 혼란을 직시하는 작가의 솔직한 고백이자, 관람객으로 하여금 저마다의 존재와 가치관을 투영하게 만드는 시각적 장치로 기능한다.
주로 조각과 평면 작업을 병행하며, 대중적이고 친숙한 도상을 차용해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과 자연의 본성을 해학적으로 시각화한다. 초기 시리즈인 value of materialism 물질주의에 관한 가치 에서는 도넛과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을 자본주의적 욕망의 기호로 치환해 현대인의 소외와 불안을 시니컬하게 포착해 냈다면, 최근의 시리즈에서는 물질주의에 대한 탐구를 넘어 기후 위기와 소외된 인간 본성, 즉 물질과 자연의 공존 이라는 화두로 세계관을 확장한다. 작가는 금속, 아크릴, FRP 등 단단한 물질성 속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입체 작업과 캔버스 위 색채로 감정을 기록하는 평면 작업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무겁고 암울한 현실의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더욱 밝고 유쾌한 반전의 언어로 풀어낸다.
부산을 기반으로 2015년 작가로서 첫발을 내디딘 이후, 제제는 18회의 개인전과 국내외 230여 회의 단체전 및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쉼 없이 작업에 매진해 왔다. 서울과 부산을 넘어 마이애미, 파리 등 이질적인 문화권을 오가며 세계적인 작가들과 나란히 서서 얻은 경험은 그를 작가로서 더욱 겸손하게 만들었으며, 창작의 본질에 집중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전 시리즈를 통해 획일화된 사회 시스템에 반기를 들며 조형 언어의 기반을 닦았다면, 현재는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위로를 전하는 예술가로서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제제의 작업은 단순히 시각적 재현이나 암울한 현실 고발에 그치지 않고, 머릿속 이해와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혼란을 유쾌한 동심의 모습으로 승화시킨다. 전시장 현장에서 관객들과 나누었던 깊은 정서적 교감을 바탕으로 구축된 그의 예술 세계는, 현대인들을 위로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실재하지 않는 희망일지라도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행복해지기 위한 희망의 몽상을 담은 그의 작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욕망을 보듬는 동시에 자연과 인간이 아름답게 엮이는 Interwoven 과정을 묵묵히 증명하는 성실한 기록자로 기능하고 있다.